한국과 일본은 왜? - 반일과 혐한의 평행선에서, 일본인 서울 특파원의 한일관계 리포트
사와다 가쓰미 지음, 정태섭 옮김 / 책과함께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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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일과 혐한의 평행선에서, 일본인 서울 특파원의 한일관계 리포트

1988년 모은 돈이 한국여행을 할 정도밖에 되지 않아 전혀 기대하지 않고 한국에 온 일본 대학생이 안동에서 한 할머니로부터 "좋은 일본인도 있고 나쁜 일본인도 있듯이 한국인도 그렇다"는 말을 듣는다. 다음해 서울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1999년부터 4년 반, 2011년부터 4년 간 마이니치 신문 서울 특파원으로 한국에서 생활한다. 이 책은 한국통이라는 일본인 기자가 본 21세기 한국사회의 변화를 일본 독자들에게 전하는 책이다.

책은 6장으로 되어있다. 1장 문재인 정권은 반일인가, 2장 서로의 생각을 안다고 착각하는 한국과 일본, 3장 강해진 한국이 내민 도전장, 4장 일본이 보는 한국의 통일관, 5장 한국이 좋다는 청년과 싫다는 중장년 남성, 6장 한일은 사이좋게 지내야하는가.

내가 이해하는 '20세기의 한국'은 자존감을 철저히 짓밟힌 시기이자, 급속한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룬 다사다난한 세기이다. 동아시아의 유구한 역사 속에서 중국의 선진문물을 소화해서 일본에 전달해준 우리의 우월의식은 일제강점기를 지내며 여실히 깨져버렸고, 광복후 친일세력을 처단하지도 못한 채 6.25전쟁을 지나 최빈국에서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룬다. 정치적으로는 군사독재정권을 끝내고 피로 물든 민주화를 쟁취하며 문민정권으로 들어선 세기다.

이에 반해 21세기에 들어선 한국은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통해 세계적인 기업을 내며 선진국 반열에 들기 위해 전진 중이다. 한편 일본은 헤이세이 시대(1989-2019) 내내 '잃어버린 30년'의 경제적 하향의 길을 가고 있다. 일제 강점기에 한국에 대해 가졌던 우월감은 이제 자민당과 같은 우익 정치조직과 고령인구 층에서 혐한이나 반한의 감정을 내며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근래에 문제가 되고 있는 일본의 한국에 대한 무역보복은 자민당이 할 수 있는 한국 겁주기였다. 한국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문제판결에 대해 보복적으로 한국의 반도체 산업을 곤란에 빠뜨리기 위해 무역보복을 시도했으나 한국의 소부장 자립의 계기가 되었고, 장기간에 걸친 일본제품 불매운동 대응으로 한일 양국의 관계는 악화일로에 있다.

일본인 기자의 눈에 비친 현재 한국의 모습이 '분열'로 느껴지는 것이 좀 의외다. "문대통령의 지지율은 역대 대통령의 같은 시기에 비해 높은데, 정권비판 또한 역대 정권에 비해 격렬하다. 그만큼 한국사회는 심각하게 분열되어 있다(36)." 과거 군사독재시대에는 결코 허용되지 않는 표현의 자유가 현 정권에서는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반대를 허용하는 성숙한 모습이다. 정치적으로 적극적으로 반대의견을 개진하는 한국인의 모습에서 '분열'을 읽는다는 것은 일본의 자민당 외에 강력한 야당이 없어 '단합'된 모습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저자가 놓치고 있는 부분도 사실을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 1965년 일본에서 제공된 자금과 기술로 한국이 경제발전을 이루었다(130)고 하지만, 2차대전 패배로 폐허가 된 일본이 중공업을 다시 일으키고 선진국 대열에 서게 된 배경에 '6.25 한국전쟁'이 이용됬음을 빼놓아서는 안된다. 한국전쟁에 무기를 팔고 그 자금을 모아 공업을 발전시켰으니 한일은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처지인 것이다. 또한, 김현구님의 <달라진 한국, 일본 다루기>에 따르면, 일본이 1965년 한일협정을 통해 한국에 약 8억불을 배상했지만, 1965년부터 2018년까지 대일 무역누적적자는 6천억불에 이른다. 일본에서 봤을 때 절대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었다. 기자로서 양국의 무역 비중을 공평하게 서술해야하지 않을까.

저자는 남북한의 통일에 대해서 부정적이다. 왜냐하면, 한국에서 통일에 대한 여론이 낮게 형성되어 있고, 통일 비용이 많이 들며, 저출생과 고령화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구체적인 로드맵이 없는 것이 통일의 어려움이기 때문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적인 투자 대가인 짐 로저스는 남북통일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북한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며, 남북통일 이후 한국의 자본과 기술이 북한의 천연자원과 잘 교육된 사람들이 합쳐지면 큰 시너지를 내게 될 것이고, 남한의 저출산, 고령화문제도 자연스레 해결되며, 통일 한국은 급성장할 것임을 여러 인터뷰와 그의 책 <세계에서 가장 자극적인 나라>에서 밝히고 있다. 오히려 빚과 저출산으로 어두운 미래를 앞둔 일본에 대해 투자매력이 없다고 일축하였다.

번역의 문제일까? 읽기 불편한 부분이 많다. 이를테면, "대북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일본과의 관계에도 신경을 썼던 같은 해 여름까지의 문 정권이었다면 적어도 일본의 신경을 거스르는 것 같은 대응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된다(52)"에서 '일본의 신경을 거스르는 것 같은'의 원문이 궁금하다. 우리에게 일본이라는 나라는 신경을 거슬리게 하면 안되는 높은 곳에 존재하는 나라인가? 번역의 문제이리라 생각된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했다가, 박근혜라고 했다가, 이어령 교수라고 했다가 이어령이..라고 번역하는 것이 호칭을 통일하지 않아 불편을 느끼게도 하지만, 보통의 경우 직함을 넣어 함께 부르는 한국 독자들에게 이질감을 주므로 수정해야한다.

한국통이라는 일본 기자의 눈으로 양국의 관계를 공정하게 기술하는데 부족함이 느껴지는 책이다. 마지막 장의 한일양국의 윈윈을 위해 화해와 이해가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고는 있지만 앞 장에서 나열한 불편한 사실들이 독자로하여금 결론에 공감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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