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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마스테
박범신 지음 / 한겨레출판 / 2005년 3월
평점 :
절판
"나마스테는 안녕하세요, 안녕히 가세요, 어서 오세요, 건강하세요, 행복해지세요, 다시 만나요 등의 뜻을 가진 네팔말이다. 히말라야는 산스크리트어로 '눈의 보금자리'라는 뜻을 지녔다(13-14)."
신우의 집 마당에 쓰러져 있는 어두운 색 피부의 남자는 "세상이 환해요" 라고 말하며 처음 인사를 건넨다. 그는 네팔에서 온 불법체류 노동자 카밀이다. 네팔에서 그의 카르마(운명)인 여자친구 사비나를 찾아 주소도 모른 채 무작정 한국에 찾아온 남자다. 드디어 사비나를 찾지만 고향에 부쳐줄 돈을 모아야만 하는 그녀는 카밀을 밀어낸다. 카밀과 사랑에 빠진 신우는 카밀의 딸 애린을 낳지만 결혼생활은 순탄치 않다. 카밀이 외국인 노동자를 대변해 농성장에서 추운 겨울을 지내는 동안 신우는 그 뒷바라지로 몸과 마음이 허약해지고, 농성은 중도에 해체되고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다.
아메리칸 드림과 코리안 드림의 교차가 소설 전반에 흐른다. 신우는 어린 시절 미국으로 이민 가 차별대우를 경험한다. LA 흑인폭동으로 신우 가족들이 위험에 처했을 때 보호를 해 줄 미국경찰은 출동하지 않았고, 총격에 의해 막내오빠는 사망하고, 아버지도 사망한다. 아시안을 보호하지 않는 미국 경찰과 오히려 아시아인을 공격하는 언론에 대한 배신감으로 온몸을 떤다. 신우의 귀국은 아메리칸 드림이 비극으로 끝났음을 의미한다. 카밀을 비롯한 가난한 나라의 외국인 노동자들 역시 한국에서 코리안 드림을 파괴당한다. 그러나, 최소한 카밀은 인간적 대우를 받지 못하고, 법적으로 보호를 해주지 않는 한국에 대해 농성에 참여하며 저항한다. 하지만 결말은 더 비극적이다. 2003년에서 2004년이 배경인 이 소설의 사회상이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2020년 현재는 어떤 상황인지, 더 나아졌는지 의문이다. 한국에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코리안 드림은 이루어지고 있는가?
히말라야가 있는 네팔의 이야기가 몽환적으로 묘사되는 장면은 현실의 어려움에서 벗어나는 장치로 쓰여지고 있지만 돌아가지 못하는 그리움과 안타까움이 배겨 나온다. 고향에선 깡패처럼 철없이 살던 카밀이 한국에서 투사의 모습으로 '생각하는 힘'을 키우게 됬다며 성숙해지는 과정도 의미있고,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몬 조국에 대해 죄의식에 몸이 부서지도록 농성장의 궂은 일을 도맡아하며 죄를 용서받고자 하는 신우의 극적인 변화도 진지하다.
카밀을 가운데 두고 사비나와 신우의 삼각관계가 있지만, 애정관계보다 사회문제가 더 큰 이슈로 다가오는 소설이다. 조용히 그러나 강하게 외국인 노동자의 보호를 외치는 저자의 소리를 지속적으로 들을 수 있다. 가슴 먹먹한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