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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는 총구에서 나오지 않는다 - 인류는 전쟁 없는 세상을 꿈꿀 권리가 있다
아르노 그륀 지음, 조봉애 옮김 / 창해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1923년 베를린에서 태어난 유태인인 저자는 나치를 피해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망명한다. 미국에서 심리학을 공부하고 아동병원 정신과에서 근무하다가 대학 교수를 하고, 1979년 스위스로 옮겨 심리치료를 위한 개인병원을 운영하며 집필활동 중이다. 그가 계속해서 몰두하는 문제는 '집단적 망상이 어떻게 맹목적인 복종과 무자비, 그리고 증오를 일으킬 수 있는가?'이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 2012년에 번역 발간되었지만, 원서는 2006년, 저자 나이 89세에 쓰여졌다.
저자는 서문에서 전쟁은 합리화 될 수 없는 폭력이다. 전쟁을 없애고 평화를 이루고자하는 젊은이들에게, 미래에 대해 희망을 품고 있는 어른들에게 바친다고 밝히고 있다. 80이 넘은 노학자가 여전히 전쟁과 평화에 대한 주제에 천착하고 있는 이유는 무얼까? 그리고 그 원인을 어린시절에서 찾고 있다.
책은 4부로 되어있다. 1부 평화가 불안하다, 2부 폭력이 과도하다, 3부 공감이 절실하다, 4부 연대가 답이다.
이 책에 중심으로 흐르는 주제는 '평화는 총구에서 나오지 않는다. 평화는 사랑, 공감, 연대에 의해 자라나는 것이다'이다. 발달 심리학을 기반으로 정신병원에서 만난 사람들의 사례를 들어 히틀러와 조지 부시와 같은 전쟁광과 그들을 추종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분석한다.
어린시절 사랑을 받지 못한 아이는 '독립된 자아' 대신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려는 '거짓된 자아'를 연기하며 성인이 되어도 타인과 진실한 관계를 맺지 못한다.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한 아이는 극도의 불안감을 겪고 폭력적인 부모를 이상화 혹은 동일시하며 권력을 추구하는 자로 성장한다. 자기에게 고통을 준 자의 행동을 답습하는 것이다. 히틀러가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으며 등장한 이유다. 내면의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은 사람을은 부와 명예와 같은 외면적 성취를 추구한다. 이러한 상처가 있는 성인을 치유하기 위해 어릴 적 고통스러운 기억과 맞서 내가 약해서 당한 것이 아님을 이해하고 나 자신과 화해하고 나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것이 폭력적인 사회를 치유하는 길이다.
공감은 부모의 요구보다 아이의 요구가 우선되는 관계에서 더욱 활발해진다. 그러나 아이의 요구에 부모가 반응하지 않을 경우 감정이입 능력은 억압당하고 아이는 무력감, 분노, 긴장을 느낀다. 어릴 때의 경험으로 평화적으로 나아가느냐 파괴적으로 나아가느냐가 결정된다. 폭력과 테러는 공감의 결핍에서 비롯된다. 히틀러와 그의 측근 알베르트 슈페어가 타인에 공감하는 사람이었다면 그렇게 고통을 주는 일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랑과 공감뿐 아니라 감성적인 연대와 협력이 인류를 살아남게 한다. 원시조상인 네안데르탈인의 두개골을 보면 부상을 치료한 흔적이 보이는데, 이는 동족의 보호와 부양을 받았음을 증명한다. 전쟁을 막을 수 있으려면 서로 밀접한 연대를 맺고 살아가야 한다. 우리모두가 서로 결합되어 있고, 상호의존적이라는 것을 인식하면 폭력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발달심리학에 기초하여, 어릴 때 아이와 부모와의 상관관계가 아이가 커서 평화를 추구할 수도, 전쟁을 추구할 수도 있다고 분석한다. 나치의 피해자로서 그들의 심리를 분석하는 저자의 치밀함 속에서 피해자의 아픔이 느껴진다. 나아가 현대사회는 경쟁에서 승리하고, 부의 축적이 인간의 가치를 평가하는 척도가 되는 전쟁같은 시대다. 사랑, 공감, 연대가 더욱 필요한 시대가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