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의 세계 - 세계 석학 7인에게 코로나 이후 인류의 미래를 묻다
안희경 지음, 제러미 리프킨 외 / 메디치미디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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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읽은 <거대한 분기점>은 일본인이 코로나19 이후의 세계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에 대해 세계 석학들을 인터뷰한 책이다. 세계의 석학들이 일본에 관한 조언을 곁들일 때 한국에도 이러한 인터뷰 책이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같은 형식으로 안희경 작가의 책이 나와 내심 반갑다.

이 책은 세계 석학 7인이 코로나 이후 변화될 인류의 미래를 묻는다. 제러미 리프킨, 원톄쥔, 장하준, 마사 누스바움, 케이트 피킷, 닉 보스트롬, 반다나 시바와의 인터뷰는 코로나19가 확산된 상태여서 대면 인터뷰가 불가능한 까닭에 화상, 전화, 서면으로 진행되었다. 각국의 상황은 물론 석학들의 통찰력을 들을 수 있다. 여성 인터뷰이들도 있어서 좀 더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다.

책은 7장으로 구성되었다. 1장 제러미 리프킨의 '화석연료없는 문명이 가능한가', 2장 원톄쥔의 '위기 이후 어떤 세계화가 도래할 것인가', 3장 장하준의 '왜 우리는 마이너스 성장을 두려워하는가', 4장 마사 누스바움의 '새로운 정치의 가능성은 어디에서 오는가', 5장 케이트 피킷의 '우리는 질병과 죽음 앞에 평등한가', 6장 닉 보스트롬의 '세계는 다음의 위기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7장 반다나 시바의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왜 실패할 수 밖에 없는가'이다.

석학들은 바이러스의 위기가 경제위기로 이어지고, 나아가 새로운 세계경제 질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세계 경제는 신자유주의의 '성장' 위주로 숨가쁘게 달려왔다. 이제는 '분배' 위주의 경제가 중심이 되어야한다. 특히 미래는 4차혁명으로 인해 부의 집중이 소수의 인원에게 집중되는 시기이므로 모든 국민이 인간다움을 유지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소득을 분배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전염병과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요인이 숲이 사라지고 동물이 인간의 생활에 들어오면서 발생하기 때문에 아마존을 비롯한 밀림훼손을 멈추고, 전 세계가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에 동참해야한다. 세계경제는 그린뉴딜과 재생에너지에 기반한 경제로 발전해야할 것이다. 이미 유럽과 중국이 앞서고 있다.

한국에 대해 구체적으로 조언한 제러미 리프킨과 장하준 교수의 의견을 간추려보자.

제러미 리프킨은 한국이 화석연료 사용이 세계적으로 높은 국가이며, 스탠퍼드대학교와 캘리포니아주립대의 재생에너지 잠재력 연구 결과에 의하면, 한국은 전체 에너지 중 태양에너지로 85%, 바람으로 14%, 나머지1%는 바이오매스로 충분하다고 한다.

장하준은 선진국 대열에 선 한국이 왜 개도국 수준의 경제성장을 이루어야만 하는가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다. 오히려 마이너스 성장을 통해 복지국가의 틀을 갖출 좋은 기회라고 조언한다. 복지는 공동구매라고 생각하고, 세금은 국가가 개인의 돈을 강탈하는게 아니라 개인들의 공동자금을 형성하는 방식이라고 생각의 전환을 해야한다. 대신 납세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요구하면 된다. 평등한 교육과 보건은 물론 일자리 보장과 최저임금제와 같은 사회안전망 확보 말이다. 우리나라의 부채비율은 북유럽 국가보다 낮고, 매년 정부재정도 흑자인데도, '자린고비 경제'로 복지에 대해 무조건 안쓴다. 복지를 잘한다고 재정이 부실해지는 게 아니다. 재정을 푸는 북유럽국들의 재정이 건전한 것을 보면 안다. 현재 누진세를 적용하여 복지를 두 배로 늘려도 미국 정도고, 유럽처럼 되려면 3배는 늘려야한다. 평소 장하준교수의 경제 이론에 동의하는 까닭에, 이러한 합리적인 정책결정이 왜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지 의문이다.

세계의 미래에 대해 석학들은 혜안을 내놓는다.

중국의 지식인 원톄쥔은 위기 이후 기존의 세계화는 무너지고, 지역적 통합이 삼각형구조로 나타나리라고 주장한다. '글로컬라이제이션(지역중심세계화)'은 북미지역, 유럽연합과 러시아, 아시아(한중일 선도국)가 축이다. 각 지역별로 선도하는 국가와 지원하는 국가의 협업으로 세계화의 모습이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세계적인 법철학자 마사 누스바움은 자신이 싫어하는 정치인이 코로나19에 걸리자 그가 어서 회복되기를 바라는 연민의 마음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하며, 인종과 민족간의 혐오를 벗어나 연민과 공감으로 연대하는 정치의 가능성을 보았다고 역설한다.

영국 공공역학자 케이트 피킷은 미국처럼 '건강 불평등' 격차가 큰 곳은 사적 의료체제로 의료지출 비용은 높지만 국민의 건강상태는 다른 선진국보다 현저히 낮다고 주장한다. 그녀는 불평등과 불안을 없애려면, 불평등을 줄이고자 노력하는 여러 단체들을 지원하거나, 투표권을 행사해서 평등한 정책을 내는 정당에 표를 준다면 세상은 달라질 수 있다고 조언한다.

영국 인류미래연구소 소장인 닉 보스트롬은 자신의 저서 <취약한 세계 가설>에서 언급한대로, 미래 세상이 자동적으로 무너질 수 있는 발명이나 발견이 세계 속에 있다고 주장한다. 핵무기와 기후변화에 대한 소극적 대응이 그것이 될 수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는 나라들이 있고 여기에 무임승차하려는 나라가 있어서 강력한 조약이 체결되지 않는다. 중대한 국제조정문제를 해결할 거버넌스 능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반다나 시바는 캐나다에서 석박사를 하고 고향 인도로 돌아가 유기농 농법확산을 위해 나브다냐를 설립해서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서구세계가 주도해온 신자유주의와 디지털 시스템을 모두 거부하고 자연으로 돌아가야한다고 주장한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끼어들지 못하게 생산자와 먹는자가 가까이 있어야하는 순환경제를 추구하며, 우리몸이 원하는 유기농식품을 섭취하면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키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올해 겨울이 한창일 때부터 시작된 코로나19가 지금 여름이 한창인 때까지 이어지고 있다. 사람들은 집에서 나오지 못해 괴로움을 호소하지만, 이전과 다르게 맑아진 하늘이 우리를 반기고, 극심하던 미세먼지 농도가 낮아져 창문을 시원하게 열어 놓고 하루를 지낼 수 있게 된 것은 고마운 일이다. 또한 쇼핑과 외식이 잦았던 일상에서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고, 쇼핑도 줄어들면서 우리의 생활도 미니멀해지고 있다.

코로나 이후 미래는 생각보다 많이 바뀔 것 같다. 세계 석학들이 조언하는 대로 세계는 물론 한국도 성장위주의 사회에서 분배사회로 가기위해 조금씩 의견을 내고 있고, 화석에너지 사용에서 재생에너지 사용이 주가 되는 산업으로 이미 방향을 잡고 있다.

세계적인 석학들이 한국에 대해 건설적인 조언을 하는 부분이 강점인 책이다. 위기에 처한 각국의 대처에 대한 반성과 미래에 대한 예측에 대해 근래 읽은 책 중 단연 최고가 아닐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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