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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기다리는 시간 ㅣ 강석기의 과학카페 9
강석기 지음 / Mid(엠아이디) / 2020년 5월
평점 :
책 표지 그림과 제목이 서로 미스매칭해보인다. 과학이라는 딱딱한 책을 읽기에 거실 분위기가 매우 사랑스럽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란 생각이다. 머리 싸매고 읽기 보다 '아~ 그렇구나!' 하며 속으로 깨닫는 기쁨이 있다. 생활 속 과학 원리를 밝혀준다.
저자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화학과 분자생물학을 공부하고, 과학 전문 작가로 <동아사이언스닷컴>에 과학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2019년과 2020년 초에 동아사이언스 홈페이지에 연재한 과학 에세이를 모아 낸 책이다. 재미있게 읽은 과학 논문과 책을 바탕으로 알기 쉽게 일상의 예를 들며 설명하는데, 믿기지 않게도 쉽고 꽤 재미있다. 물론 블랙홀에 대한 설명은 완전 이해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책은 8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바이러스의 습격, 2부 핫 이슈, 3부 건강, 의학, 4부 신경과학, 심리학, 5부 생태, 환경, 6부 천문학, 물리학, 7부 화학, 8부 생명과학. 부록에는 2019년 <네이처><사이언스>에 부고가 실린 세계적 과학자 14명의 삶과 업적을 실었다. 1-2부는 코로나19, 호주 산불과 같은 최신 뉴스들에 관한 과학적 설명이 시의적절하다. 평소 궁금했던 화제 위주로 살펴보자.
먼저, 코로나19에 대해 새로 알게 된 것이 많았는데, 개인차가 심한 질병이라고 한다. 혈액형에 따라 감염률이 다른데, A형은 38%로 높고, O형은 25%로 낮고, B형과 AB형은 비슷하다. 또한 성별에서, 남성 치명률이 여성보다 2배 가깝게 높다. 왜냐하면, 흡연율, 성호르몬의 요인 외에, 코로나19 바이러스 침투 시 자물쇠 역할을 하는 ACE2유전자가 X염색체에만 있어서 여성에게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수치가 낮다. 나이가 최대변수이기도 한데, 노인층이 매우 취약하다.
구글이 현존 슈퍼컴퓨터가 1만년 걸려 할일을 '200초'만에 해낸 양자컴퓨터 프로세서를 개발했다는 이야기도 흥미롭다. 구글의 능력은 어디까지인지 새삼 대단하다. 1965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최고의 천재물리학자인 리처드 파인만이 양자역학 원리를 이용한 컴퓨터를 만들수 있다고 아이디어를 낸 이래 많은 과학자들이 1994년 응용수학자 피터 쇼어가 양자계산 알고리즘을 개발하면서 구글의 성공으로 이어진다. 북미의 세 기업인 디웨이브 시스템즈, 구글, IBM이 앞서가고 있지만,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왜냐하면, 양자컴퓨터는 잠재력이 크고 국가 안보에도 큰 영향 미칠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도 나서고, 중국 정부도 지난 10년간 많은 인재를 영입하고 지원하였고, 우리 정부도 2019.1 양자 컴퓨팅연구에 향후 5년간 445억 투자한다고 발표했으며, 특히 삼성전자가 양자컴퓨터를 대량생산할 것으로 기대한다니 디지털 전쟁이 진행되고 있는 분위기다.
온실가스에 대해서도 새로이 알게 되었다. 시베리아, 캐나다, 알래스카와 같은 영구동토가 지구온난화로 갑자기 녹으면서 나오는 온실가스는 지구온난화 효과를 2배 증가시킨다. 영구동토에는 1조6천억 톤의 탄소가 묻혀있는데, 이는 대기 중 탄소의 두배에 이르는 양이다. 영구동토가 서서히 녹으면서 온실가스를 방출하면, 식물들이 흡수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는데, 갑자기 녹으면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이산화탄소와 메탄)가 대기를 채울 것이다. 인류가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영구동토의 탄소 방출 속도를 늦출수 있는데 도리어 늘어가고 있어서 고민이다.
독일의 '리스페그트(RespEGGt)'에 대한 이야기도 신기하다. '리스페그트'는 리스펙트 에그(존경받는 달걀)의 준말로 수평아리를 죽이지 않고 얻은 달걀이라는 뜻이다. 보통 닭은 육계와 산란계로 나눈다. 고기를 먹기 위한 육계는 암수 모두 키우지만, 알을 먹기 위한 산란계는 암컷만 키우고 수컷은 감별이 끝나는 대로 죽여버린다. 이러한 비윤리적인 살상을 피하기 위해 병아리가 되기 전 달걀상태에서 생화학적 방법으로 달걀 감별에 성공해 시장에 나온 게 리스페그트다. 다양한 병아리 감별 연구가 다양한 나라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 중이며 이는 동물의 생물권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바람직해보인다.
인간에게 도전적인 질병인 코로나19, 백내장, 치매와 암, 우울증에 유효한 금기약물 LSD의 제한적 사용에 대한 해설을 비롯해서, 지구 온난화로 펼쳐질 지구의 위기와 이에 대한 자연숲 만들기 계획, 노이즈캔슬링 이어폰이나 스마트 창과 같이 새롭게 생겨난 발명품들의 신기한 원리, 현대인간과 침팬지의 유사 관계와 같은 다방면의 과학이야기가 가득찬 흥미진진한 책이다. 현재 과학계가 무엇에 관심이 있고, 무엇을 염려하는지도 알 수 있다.
최신의 해외 과학 흐름을 알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