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위험한 일본 경제의 미래 -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가 찾은 경제 위기 돌파 전략
데이비드 앳킨슨 지음, 임해성 옮김 / 더난출판사 / 2020년 5월
평점 :
저자는 옥스포드 대학에서 일본학을 전공했고, 1990년이래 30년 넘게 일본에 살고 있는 영국인이다. 일본 문화재 보수 전문 회사 고니시 미술 공예사의 대표로, 일본에 대한 애정을 감추지 않는다. 이 책은 다양한 해외 논문과 일본 내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일본경제가 당면한 문제와 그 해결을 제안한다. 일본 경제의 문제점의 원인은 인구감소와 노령화다. 한국의 입장에서도 귀기울여야 할 이야기다.
책은 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경제의 골든타임을 놓칠 것인가, 2장 어떻게 자본주의를 고칠 것인가, 3장 해외시장을 노려라, 4장 왜 기업의 규모가 중요한가, 5장 얼마나 최저임금을 올려야하나, 6장 생산성을 높여라, 7장 인재 육성 훈련은 언제까지 필요한가.
일본 경제는 1990년이후 디플레이션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또한 지속적인 인구감소와 노령화로 인해 일할 수 있는 인력이 줄어들고, 부양해야할 노령인구는 늘고 있다. 저자는 일본정부가 시행하는 양적완화, 제로금리, 재정 건전화, 외국인 노동자 수요, 소비세 10% 인상 등이 미시적이고 지엽적인 문제해결이며, 보다 근본적인 의식개혁과 제도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아래와 같은 7개의 패러다임(인식)의 대변환이 필요하다.
먼저, 디플레이션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임금인상'과 '생산성 향상'으로 인플레이션을 유도해야한다. 둘째, 독일, 스위스처럼 고부가가치, 고소득의 '고차원 자본주의'로의 의식 개혁이 절실하다. 세째, 공급 과잉조절을 위해 '수출'을 진작하고, 선진국으로부터 중간재의 현명한 '수입'을 통해 생산성향상을 이뤄야한다. 네째, 기업의 M&A를 통해 현재 중소기업의 수를 줄이고, 기업의 평균 규모를 키운다. 다섯째, 정부주도의 '전국동일최저임금'의 지속적인 인상으로 생산성을 향상시켜야한다. 여섯째, 선순환을 가져오는 키스톤(key stone:핵심기조)은 '최저임금의 지속적 인상'이다. 일곱째, 직원을 재교육해서 기술혁신의 보급률을 높이고, 경영자의 교육을 통해 민첩한 기업을 만들어야한다.
경제성장은 인구증가와 생산성에 달려있다. 그러나, 일본은 인구가 줄고 있고, 생산성은 1990년 이후 낮아지고 있고, 다른 선진국과의 격차도 벌어지고 있다. 세계 4위의 인재를 보유한 일본은 세계28위의 생산성을 내고 있다. 노동자의 능력만큼 급여를 지급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정부차원에서 '최저임금제'를 통해 지속적인 인상이 필요하다. 이로 인해 생산성이 높아지고, 기업의 규모를 키워 수출을 증가시키고, 신기술의 보급도 활발해진다. 소득이 늘기에 세수도 늘고, 재정도 개선된다. 이를 위해 기업의 경영자와 정부의 정책이 중요하다.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사실과 다른 연구결과들이 있어 놀랍다. 첫째, 국가경쟁력이 대기업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저생산성, 저소득, 저수출률의 원인이 된다. 따라서 중소기업의 통폐합을 통해 경쟁력있는 대기업을 키워야한다. 직원의 급여도 기업의 규모가 커질수록 높아진다. 중소기업의 통폐합은 정부차원에서 진행되어야할 일이다. 두번 째, 최저임금제를 매년 인상해야 생산성이 향상된다. 신고전파 경제학의 '최저임금 인상은 고용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가설이 부정되고 있다. 영국의 최저임금상승 사례를 보면, 여성, 청년, 노인 등 일자리에서 소외된 계층이 노동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되어, 최저임금을 올려도 일자리수가 줄지 않았고, 회사의 이익이 줄어도 폐업이 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현재 일본 경제문제의 근본원인은 낮은 소득이다. 연금수급연령을 올리고, 소비세 10%올리고, 국가부채 줄이는 것이 본질적 대책이 아니다. 임금을 올려서 세수를 충분히 확보하고, 소비가 증가하면 자연히 소비세도 충분히 걷힐 것이며, 생산성을 높여 GDP를 높이면 국가부채도 줄어들 것이다.
인구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 인구증가시대의 사고방식으로는 이 난관을 해쳐나가기 힘들다. 일본경제를 객관적으로 직시하고,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하며,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저자의 이야기가 우리에게도 해당된다. 일본경제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는 책이다.
저자의 시니컬한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세계에서 가장 특허가 많다고 해서 안팔리는 물건만 만들고 있으면 낭비다. 잘 갖춰진 사회 인프라나 교육도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정부는 인구가 줄어들어도, 노동자의 임금을 올리면, 세수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