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손바닥 박물관 시리즈 3권이다. 고대 이집트 유물을 소개한다. 유럽 여러 나라와 미국, 러시아, 이스라엘, 헝가리 박물관에 흩어져 있는 유물 200여 점을 이 책 한 권에서 다 볼 수 있다. 유물의 사이즈도 손바닥으로 표시해서 그 크기를 짐작할 수 있게 한 재치도 돋보인다.
고대 이집트는 기원전 5300년전부터 로마지배가 끝나는 서기 395년까지로 근 6천년에 가까운 긴 시간이지만, 그 유물은 잘 보존되지 못한 듯 하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이집트 정부가 1880-1890년에 고고학자들이 발굴한 유물 중 일부를 해외로 가져갈 수 있도록 허가한 것이 큰 이유일 것이다. 그 외에 발굴 중에 손상되거나 망가지는 것도 있었을 것이고, 도굴꾼에 의해 약탈되기도 하였을 것이다. 게다가 이집트의 현대 도시들이 고대 유적지 위에 세워진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일강을 따라 형성된 이집트 문명이 보여주는 고대 이집트 문화는 신비롭고 현존하는 유물이 이를 설명해준다. 내세신앙을 믿어 정성을 쏟은 미라와 관, 거대한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파피루스에 새겨진 상형문자로 대표되는 고대 이집트의 유물은 상당히 세련된 문명의 발달을 보여주며 그 아름다움에 감탄하게 된다.
책은 연대에 따라 7장으로 나뉜다. 왕조 이전 시대와 초기 왕조시대(BC5300-2700년), 구왕국(BC2700-2055년경), 중기 왕국(BC2055-1550년경), 신왕국(BC1550-1069년경), 제3 중기(BC1069-747년경), 후기(BC747-30년경), 로마시대(BC30-AD395년경)이다.
1장. 왕조 이전 시대와 초기 왕조시대(BC5300-2700년): 나일강을 중심으로 이집트 역사가 시작된다. 기원전 3100년 통일로 초기 왕조시대가 시작된다. 가장 먼저 소개되는 주름잡힌 V자 리넨 옷은 기원전 3천년경 것으로 추정되는데 썩지 않고 보존된 것이 놀랍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직조 의복이다. 또한, 뜨거운 태양을 피하고, 항균기능을 위해 남녀 모두 화장을 했던 이집트인들의 다양한 화장용 팔레트가 소개되는 것도 흥미롭다.
2장. 구왕국(BC2700-2055년경): 이 시기에는 파라오가 태양신 라의 아들이라는 믿음이 등장하였고, 신을 모시는 신전보다 왕의 피라미드 건설에 초점을 두었다. 다양한 조각상과 상형문자가 새겨진 부조들을 볼 수 있다.
3장. 중기 왕국(BC2055-1550년경): 이 시기에는 남부 '테제'를 중심으로 통일하였고, 아문신을 숭배한다. 파라오 조각의 얼굴이 좀더 인간다운 모습으로 변화하고, 피라미드의 규모는 구왕국시기보다 좀 작아졌다. 신화와 의학적 파피루스 문헌(아래 사진 1)이 발견되었다.
4장. 신왕국(BC1550-1069년경): 이 시기는 힉소스인들을 몰아내고, 이집트의 황금기를 맞이한다. 동지중해의 국제무역 중심지가 된다. 태양을 상징하는 오벨리스크와 기둥이 세워진 거대한 신전이 세워지고, 왕의 거주지는 소박하였다. 하트셉수트 여왕, 투트모스3세, 아멘호테프3세, 람세스2세와 같은 친숙한 파라오들의 시대다. 유리는 사치를 상징하는데 향유를 담은 병들이 발견되고, 샌들이 온전하게 발견된다. 거의 완벽하게 보존된 투탕카멘의 무덤과 도굴로 사형시킨 남자들에 관한 기록이 파피루스에 남아있다. 이집트 카이로 박물관에 있는 '투탕카멘의 미라 가면(아래 사진 2)'은 보존 상태가 우수하다.
5장. 제3 중기(BC1069-747년경) : 이 시기에 이집트는 정치적으로 분열되어 지방분권화가 나타나고, 나일강의 경로 변경으로 수많은 조상(조각상)들이 북동부의 타니스 지역으로 옮겨가 재활용되었다. 신왕국을 황금기라 한다면, 이 시기를 '은시대'라 한다. 리비아 왕들은 타니스에 신왕국의 황금시대를 모방한 예술형식과 관에 은을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미라화 기술이 정점에 이르고, 관 디자인에 변화가 일어났다. 관을 재활용하는 풍습이 유행해 아메넴헤트 왕자의 관(아래 사진 3)을 보면 시커멓게 지우고 아매넴헤트의 이름을 써넣은 흔적을 볼 수 있다.
6장. 후기(BC747-30년경): 이 시기는 쿠시인의 도래를 시작으로 외세의 지배가 시작된다. 천 년 가까이 누비아인, 아시리아인, 페르시아인, 그리스인과 로마인들의 통치를 받게 된다. 다문화적 성격을 볼 수 있다.
7장. 로마시대(BC30-AD395년경): 기원전 31년 악티움 전투에서 클레오파트라가 패배한 후 이집트는 로마의 지배하에 들어간다. 많은 유물이 로마로 이송되었고, 영국의 페트리는 상당한 양의 로마 미라와 미라 초상화를 발견하였다. 이집트는 대체로 기독교화되었고, 파라오의 사회 관습은 이슬람시대로 이어졌다.
이 책은 무엇보다 유물 사진의 해상도가 좋아 생생한 점이 좋다. 또한, 고대 이집트 역사를 7개의 시기로 구분하고, 각 장의 초반에 정치적, 문화적 특징을 간단히 소개하고 있어 시대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게 하였다. 각 유물에 대한 설명도 비교적 흥미로워서 재미있는 박물관 해설자의 이야기를 듣는 듯 읽어 나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기 전 이집트 역사 개관을 인터넷을 통해 어느 정도 이해하고 책을 읽기를 권한다. 그러면, 좀더 친근하게 고대 이집트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아쉬운 점은 번역이 매끄럽지 못하다. 문단 전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지 못해 반복해서 여러 번 읽다보니 흐름이 끊기고, 내용연결이 부자연스러워 이해가 힘든 부분이 많다.
고대 이집트 유물에 대한 시대별 설명이 궁금하다면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