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는가 - 우리를 교묘하게 조종하는 경제학에 관한 진실
조너선 앨드리드 지음, 강주헌 옮김, 우석훈 해제 / 21세기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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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경제공부를 하고, 우리에게 '88만원 세대'의 저자로 알려진 우석훈님의 서문이 시니컬하다. 치과의사만도 못한 경제학자에 대한 평가에, 자조 섞인 농담으로 대학에서 경제는 안 가르치고 경제학만 가르치는가?라는 물음이 현재 경제학의 위치를 비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 공군 산하 비밀 연구조직인 랜드(Research ANd Development: RAND) 연구소의 인턴들이 노벨 경제학상을 줄줄이 수상하였다는 조롱섞인 비난도 한다. 제목에서부터 심각해 보이는 이 책의 무거움이 초장에서 흥미를 갖게 해준다. 사실 이 책의 원제는 'How Economics Corrupted Us(경제학이 우리를 어떻게 부패시켰는가)'다. 경제학에 대해 좋은 이야기가 나오지 않으리라는 예감이다.

저자 조너선 앨드리드는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토지경제학과 강사다. 이렇게 낯선 외국 학자의 책을 읽게 된 것은 저자가 이 책을 쓰는데 장하준 교수의 영향을 받았다는 언급 때문이다. 저자는 장하준 교수가 경제이론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언어로 표현해야한다든가, 뜬구름잡는 이론보다 현실의 구체적 상황에 역점을 두어야한다는 경제학자의 자성적 태도에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또한, 이 책을 쓰게 된 것은 대니얼 로저스의 <균열의 시대>와 리처드 턱의 <무임승차>를 읽고서라고도 밝힌다.

책은 10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1장 호모 에코노미쿠스는 어떻게 탄생했는가?, 2장 누구도 믿지 마라, 3장 욕망이 정의를 이기다, 4장 민주주의는 불가능한가?, 5장 무임승차의 경제학, 6장 경제학 제국주의의 탄생, 7장 누구에게나 가격이 있다, 8장 불가능한 사건의 가능성, 9장 왜 불평등해졌는가?, 10장 평등의 경제학을 위하여.

호모 에코노미쿠스는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경제인간이다. 이는 현실세계의 인간과 전혀 닮지 않았는데, 인간은 오류가 있고, 경험과 직관, 충동, 타성에 따라 행동하기 때문이다. 또한 의사결정에 있어 도덕적으로 결여된 효율성의 최대화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문제가 있는 인간이다.

이 책은 불평등의 격차를 가속화시키는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결함을 파헤친다. 50년 전 '하이에크'의 작은 정부와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경제이론을 영국과 미국의 대처와 레이건이 수용하면서 1980년대 이래 신자유주의 경제학이 세력을 키워나가게 되었다. 신자유주의의 요지는 소득과 재산의 불평등은 능력과 재능의 불평등에서 기인한다는 것인데, 유능한 인재에게 경제적 보상이 돌아가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사회에 팽배하게 된다.

하이에크를 잇는 미국 '시카고 학파'의 프리드먼과 게리 베커의 제국주의 경제학은 마치 제국주의가 식민지를 개척하듯이 경제학이 경제학 이외의 학문에도 참견을 하고, 나아가 일반인들의 사고방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들의 경제학은 합리성을 강조하므로, 도덕적 상식과 어긋나게 행동한다는 점에서 사람들을 타락시킨다. 게다가 사람들은 이러한 사실을 의식조차 하고 있지 못하다. 왜냐하면 경제학 이론은 과학을 표방하고, 수학적 자료를 이해하여야 하므로, 이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은 경제학자들만이라는 오만함 때문이다.

베커의 영향을 받아 경제학자가 새로운 주제를 광범위하게 다룬 행동경제학자들의 책들 <괴짜경제학>, <경제학 콘서트>, <경제학 콘서트 2>가 인기를 끌었다. 이러한 책들은 경제학이 거의 모든 인간의 행동을 규정하는데 사용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괴짜 경제학>에서 많이 언급되었던 '인센티브'는 동기부여를 의미하나, 이 것이 인간의 모든 행동을 설명할 수 는 없다. 다양한 행동의 동기에는 사랑과 책임감 의무감일수도 있고, 호기심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금전적 인센티브는 잘 못 사용하게 되면, 내재적 동기 중요성을 잃게 한다. 이를 테면, 아이에게 책 한권을 읽으면 돈을 준다는 방식은 부모가 아이에게 글을 깨우치려는 의도에서 주는 인센티브지만, 아이는 책 읽는 즐거움이 '일'이 되고, 금전과 수고를 비교한 후 힘들다고 생각하면, 금전적 인센티브를 포기하여 책읽기를 망치게 된다. 행동경제학에서 주장하는 인센티브 이론을 조심히 적용해야하는 이유다.

무임승차의 경제학은 또 다른 문제를 갖고 있다. 무임승차란 승차권을 사지 않고 기차를 타는 것이다. 맨서 올슨은 1965년 <집단행동의 논리>에서 '당신의 몫을 하든 않든 달라지는 게 없다면 쓸데 없는 희생은 필요없다. 무임승차는 부도덕한 게 아니라 합리적 행동이다'라고 하는데, 이 주장은 옳지 않다. 내가 내몫을 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이 대신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이를 테면, 내가 하지 않아도 남들이 투표를 할 것이므로 그 들에게 무임승차한다. 그러나, 내 한 표가 원하는 후보를 당선시킬 수도 탈락 시킬수도 있음을 깨달아야한다. 작은 기여는 중요하고, 그 기여의 간접적인 영향도 중요하다.

호모 에코노미쿠스는 인간의 도덕적 가치관을 배제하고, 경제적 합리성에 집착했다. 범죄가 도덕적으로 잘못된 것임을 이해하지 못하는 베커의 사고와 기업의 유일한 책임은 이익을 극대화하는 프리드먼의 사고가 결합되면, 2016년 폭스바겐이 디젤 자동차 배출가스 조작도 이해된다. 경제학자들의 윤리의식 점검이 필요한 이유다. 결국 경제학자는 현실에서 동떨어진 실험실에서 이론을 만들어내기보다 치과의사처럼 현실세계에서 직면하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집중해야한다. 그리고, 수학적으로 표현하지 말고 쉬운 언어로 설명해야한다.

50년 전부터 현재까지의 경제사를 볼 수 있는 책이다. 대표적 경제학자들의 주장을 비판적으로 설명한다. 스스로 경제학자면서도 주류 경제학의 흐름에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합리성'보다 '윤리의식'의 기준을 중시한다. 앞으로의 경제학의 방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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