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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여행으로 만난 일본 문화 이야기 - 책과 드라마, 일본 여행으로 만나보는 서른네 개의 일본 문화 에세이 ㅣ 책과 여행으로 만난 일본 문화 이야기 1
최수진 지음 / 세나북스 / 2020년 4월
평점 :
일본에 대한 에세이다. 책과 여행이라는 키워드는 늘 가슴 설레는 단어다. 에세이를 선호하지는 않지만, 설레는 단어로 이루어진 제목이 매력적이다.
책은 160여 페이지의 얇고, 작은 크기다.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장은 일본의 책문화와 서점, 2장 일본을 걷는다, 3장 책과 드라마로 만난 일본, 4장 일본의 장인 정신, 5장 일본 문화 체험, 6장 일본 문화 에세이다. 34개의 에세이에 일본 관련 경험과 책, 여행, 문화 이야기를 풀어낸다.
저자는 도쿄에서 1년간 어학연수를 했고, 3년간 일본출장을 다니며 직장생활을 했고, 2011년부터 17번 일본여행한 것을 토대로 이 책을 썼다. 일본에 대해 행복했던 기억을 토대로 쓴 에세이이기 때문에 일본에 대해 좋은 점이 많이 부각된다. 저자도 언급했듯이 짧게 경험했기에 좋은 기억과 즐거운 추억으로 가득차다.
가장 관심있는 것은 '책'에 관한 부분이다. 1인 출판사 사장이기도 한 저자가 호감하는 일본책은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일본에 대해 객관적인 스탠스를 갖는 책을 추천받고 싶은 마음에서다. 3장에서 몇 몇 저자의 책을 소개하는데, 확장 도서 리스트에 올려본다. 홍하상, 김정운, 유홍준, 이어령, 김현구, 에쿠니 가오리, 마스다 미리, 한림신서 일본학 총서 시리즈, 김영하의 일본 관련 책을 찾아 읽으려 한다.
여행에 관한 에세이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료칸, 온천, 도쿄, 오사카, 쿄토의 경험을 주로 쓰고 있다. 오히려 일본 문화 중에서 지금껏 모르고 있던 부분을 알게 되었는데, 일본의 목욕탕이나 온천에 가면 앉아서 비누칠을 하라고 주의를 준다. 다른 사람에게 폐가 되기 때문에 모두 앉아서 씻고 샤워도 앉아서 해야한단다. 여태 일본 온천에 가면, 놓여 있는 의자에 한번도 앉지 않고, 쭈그렸다, 섰다하며 샤워를 했던 내가 부끄러워진다. 옆에 있던 일본인이 얼마나 싫어했을까 싶다.
여성과 직장생활에 대한 이야기도 한 꼭지 담았다. 일본에서 '고토부키타이샤(경사스러운 퇴직)'는 결혼하면 사표 내는 것이 당연하던 80년대 시절부터 지금까지도 있는 말이란다. 여성은 결혼, 육아로 퇴직을 하는 비율이 높은데, 이를 받아들이는 마음은 우리와 좀 다른 것 같다. 우리의 퇴직은 안타까움을 동반하지만, 일본여성들은 하나라도 잘하기 위해서 직장을 그만 둔단다. 이유가 어찌 되었든 우리나라에는 아직 없는 '여성들이 퇴직하는 비율이 제로에 가까운 회사, 시세이도'의 제도가 부럽다. 육아휴직 3년, 둘째 출산 시 최장 5년까지 육아휴직 사용, 아이가 초교3학년까지 하루 2시간씩 단축근무조건이다. 이러한 회사가 더 있을지는 알 수 없으나, 참으로 부럽다.
이 책은 일관성있게 겸손하고 차분한 소리를 내는 에세이다. 서문에 8년간 모은 글이라 오래 된 이야기들에 대해 양해를 구하는 저자의 모습부터 매 에세이 끝에 꼭 연도와 달을 표기하는 것이 독특하다. 또한, 저자의 일본에 대한 사랑이 각 에세이에서 배겨 나온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면 듣는 사람도 그 기운을 받게 되는데, 비판의 마음보다 참 좋았겠구나라는 마음이 들게 한다.
일본에 대해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즐길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