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 속의 중국 문화대혁명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바바 기미히코 지음, 장원철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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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어떠한 원인에 의해서 일어나고, 그 여파가 다른 사건에 영향을 끼친다. 그 것이 한 나라에서 일어나 다른 나라에 영향을 주며, 나아가 전 세계가 그 영향을 공유하기도 한다. 중국의 문화대혁명은 1965년 인도네시아의 9.30운동에서 영향을 받았으며, 세상을 바꾸려는 마오이즘의 영향을 받아 프랑스와 미국에서 대학생을 중심으로 한 데모가 1968년부터 1970년초까지 열병처럼 퍼져갔다. 현대 중국인에게도 터부시되는 문화대혁명을 중국만의 역사속에서 벗어나 세계사 속에서 평가하는 일본 학자의 연구가 궁금하다.

책은 9장으로 구성되었다. 1장 혁명의 꿈(베이징-자카르타의 주축), 2장 혁명발발(9.30 쿠데타 사건), 3장 실패한 혁명(공산당 사냥과 화교에 대한 탄압), 4장 마오쩌둥의 혁명(문화대혁명의 폭풍), 5장 연쇄혁명(서방세계로 비화한 문화대혁명), 6장 반혁명(타이완발 미국행 '도쿄클럽'), 7장 원거리 혁명(서 깔리만딴 무장 봉기), 8장 참담한 혁명(유토피아의 종언), 9장 혁명의 여운(꿈이 사라지고 난 뒤에)다.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 두 개의 커다란 역사적 사건을 이해하여야한다. 1965년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9.30사건'과 1966년부터 마오쩌둥의 사망해인 1976년까지 약 10년간 지속된 중국의 '문화대혁명'이다. 이 두 사건의 결과 인도네시아와 중국은 기존의 정권과는 정반대의 길을 가게 된다. 인도네시아는 수카르노 친공 정권(1945년~1967년)이 막을 내리고, 반공 독재정권인 수하르토 정권(1965년~1998년)이 근 30년간 유지된다. 중국은 마오쩌둥의 실패한 혁명을 덩샤오핑이 자본주의 실용노선을 수용한 공산주의로 이끌며 엄청난 경제적 발전을 이룬다.

먼저, 인도네시아 9.30사건은 육군 내부 좌우세력의 권력 다툼에서 일어난 쿠데타다. 3일만에 진압되었으나, '빨갱이 사냥'이라는 이름으로 공산당원의 숙청과 해체가 진행되고, 전국적으로 화교. 화인들을 학살하는 비극적인 결말을 가져온다. 300여년간의 네덜란드 식민지배에서 인도네시아에 독립을 가져온 친공세력의 초대 대통령 수카르노가 물러서고, 친미성향의 수하르토가 정권을 잡으며 반공주의와 경제개발지상주의에 의한 '건설'을 국시로 삼는다.

중국은 인도네시아의 9.30사건의 실패로 외교적으로 강한 동맹을 잃고 고립된다. 마오쩌둥은 중앙의 정권을 다시 잡고자 중학생으로 구성된 홍위병을 중심으로 지방에서 중앙으로의 권력탈환을 시도한다. 4구(구사상,구문화,구풍속,구관습)타파를 외치면서 오랜 건물과 문화재를 파괴하고,사람들을 린치하거나 폭력을 가해서 전국이 혼란스러워진다. 1968년 마오의 탈권을 도운 홍위병을 농촌으로 하방시키며, 그 자리를 '혁명위원회'로 채우면서 중앙정권을 장악한다.

세계사 속에서 인도네시아의 9.30운동은 중국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을 촉발하였고, 홍위병 활약의 영향을 받은 서양 나라들의 대학생 데모로 이어진다. 1968년 마오이즘의 영향을 받은 프랑스 대학생들은 5월혁명으로 마이너리티 옹호를 위한 사회운동을 벌이고, 미국 대학생들은 베트남 반전과 흑인차별반대 공민권운동으로 전파되었다.

마오가 '중국혁명은 세계혁명의 일부다'라고 언급하였듯 문혁은 해외로도 수출되었다. 각국 중국 대사관을 이용하여 서방으로 전파된 <마오쩌둥 어록>은 미국와 유럽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번역되었고, 린뱌오의 <인민전쟁론>은 아시아,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의 제3세력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1965년 인도네시아 9.30사건, 문화대혁명의 발발, 미중화해와, 마오쩌둥의 사망, 문혁의 종식까지 '혁명'을 둘러싼 세계의 움직임을 추적해보았다. 전세계에 몰아친 혁명의 열기와 광란은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치렀다.혁명은 1966년 시작되어 1968년 홍위병들의 하방, 71년 린뱌오사건으로 시들어져 1970년대에 접어들자 혁명은 사라지고 대량소비사회의 안락함에 젖어들었다. 1981년 중국에서 문혁은 10년간에 걸친 커다란 재난이었다고 규정되었고, 그후 문혁연구와 문예작품제작을 일절 금하는 조치가 내려졌다.

현대사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유리한 점이 있다면, 살아있는 인물을 만나 대화하고 물어볼 수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인도네시아와 중국에 있는 화교들을 찾아 다니며 인터뷰하고, 학자는 물론 기자들이 작성한 다양한 언어의 기록물을 참고하였다. 저자가 본문에서 제시하는 많은 일본서적의 인용문을 보면서 일본의 인도네시아와 중국에 대한 연구는 우리보다 많이 앞서가있다라는 생각이 든다. '공산주의' 이데올로기에 감정적으로 함몰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한계를 벗어나서 우리도 심도깊은 연구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인도네시아에 가면 일본 제품들이 넘쳐난다. 거리를 가득 메우는 오토바이, 자동차, 가전제품, 소고백화점, 헬로키티 인형들까지. 물론 눈에 보이지 않는 고속도로와 같은 기반시설도 일본에 의해 건설된 것이 많다. 인도네시아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 일본의 자료를 참고하여야함이 아쉽다. 인도네시아에서 짧게 살면서, 인도네시아 역사에 대한 한글로 된 깊이있는 책을 구할 수 없었다. 우리나라 학자들의 연구가 활발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책에는 몇몇 아쉬운 점이 있다. 인용이 많다 보니 저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간결하고 명확하게 알기 어렵다. 또한, 역자 주석이 해당 페이지 아래에 있었으면 바로 보고 이해할 수 있었을텐데 맨 뒤에 모아 두어서 앞뒤로 뒤적이며 찾아보기가 좀 번거롭다. 독자로서는 좀 불편한 편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잘 알려져있지 않은 인도네시아의 9.30사건과 중국의 문화대혁명, 그리고 1968년 열병같았던 유럽과 미국에서 대학생들의 데모의 관계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일독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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