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역사문화사전 -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잘난 척 인문학
민병덕 지음 / 노마드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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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중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쳤고, 한국사 자료를 데이터 베이스로 구축하고 있다. 이 책은 우리가 지금까지 잘 몰랐던 옛 사람들의 생활상을 다루므로 남들이 잘 모르는 이야기를 통해 잘난 척하기에 좋은 역사문화서다. 연도를 외우고, 왕과 그 업적을 외우는 힘겨운 역사 시간이 아니어서 즐겁게 읽을 수 있다.

책은 7장으로 되어있고, 두께도 500페이지가 넘어간다. 책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사전의 형식이므로 짧은 이야기가 가득하다. 1장은 의식주, 풍속 2장은 종교,예술,교육, 3장은 과학, 기술, 천문, 의학, 4장은 제도와 법률, 5장은 경제생활, 6장은 정치, 군사, 외교 7장은 궁중생활로 나누어 숨겨진 이야기를 들려 준다.

몇 가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어보자.

먼저, 차(tea)의 유래와 시대에 따른 변화에 관한 이야기다. 차는 신라시대에 당나라에 유학을 갔다온 승려가 들여와 경남 하동에 심었고, 그 당시 차는 제를 올리기 위한 음식이었다. 고려시대에는 궁중의 중요한 음식이었고, 차를 관리하던 관청이 '다방'이었다. 조선시대에는 '다시'라하여 오늘날 티타임처럼 차 마시는 시간이 있었다. 양란 후 불교의 쇠퇴로 차문화는 일부 승려와 유학자들을 중심으로 명맥을 유지해왔다. '차'에 대해 산발적으로 알고 있었던 지식이 하나로 연결된다. 왜 경남 하동이 차로 유명한지, 절에 가면 왜 스님들이 다도 수업을 해주시는지, '다방'의 원래 의미가 무엇인지를 말이다.

조선시대의 법률에 관한 이야기 중 성범죄자 처벌에 관한 이야기다. 조선시대 성범죄자 처벌은 매우 엄중했는데, 강간미수는 장 100대와 3천리 밖으로 유배, 강간은 교수형, 여자를 유혹해 간통했을 경우에는 장형 100대, 근친상간은 목을 베는 참형에 처했다. 강간은 강간당한 여성의 처음 생각이 판단 기준이다. 즉, 여성이 '거절하며 소리내어 울었다'고 하면 강간으로 인정된다. 피해 여성의 신분도 상관없다. 양반의 자식은 물론, 종, 기녀라도 여성의 동의가 없는 성행위는 강간으로 엄벌했다. 오늘날 한국법보다 강력하다. 장 100대면 거의 사람구실을 못할 정도로 알고 있는데, 가장 약한 처벌이 이 정도면 굉장히 강한 처벌이다. 또한, 신분사회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이라면 동등하게 대우한 것도 공정하다.

대외 관계에 있어 통역관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역사적으로 우리는 중국, 일본, 여진족, 거란족 등과 대외관계를 맺어왔다. 고려시대에는 통문관(고려말 사역원으로 고침)을 설치해 여러 나라의 언어를 공부하고, 역과에 급제하면 종7품에서 종9품의 벼슬을 받고 각 관청에서 임시직으로 통역업무를 했다. 조선시대에는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 인기가 높고, 후기에는 후금 언어인 여진어를 배워 출세하려 하였다. 역관 19명 중 중국어 전공자를 13명을 뽑고, 장원도 중국어 전공자에게 돌아가고, 나머지 여진어, 일본어, 몽골어는 각각 2명을 선발했다. 외국사신이 우리나라에 오면 우리나라 말로 통역하고, 우리가 다른 나라로 가면 그 나라 말을 사용하는 것이 관례지만, 중국은 예외로, 모두 중국어만 사용했다. 시대에 따라 이웃 나라들의 언어를 적극적으로 공부해서 역관이 되려는 사람이 있었던 것을 보면 지금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이 책은 이야기책처럼 앞에서 쭈욱 읽어 나가는 것도 좋지만, 여느 사전과 마찬가지로 목차를 보면서 궁금한 게 있다면 들어가 읽어 봐도 좋다. 곁에 두고 자주 들여다 보며 알아가는 즐거움을 누릴 일이다. 책 말미에 명시된 참고자료의 권수는 책 분량에 비해 많아 보이지 않지만, 맨 아래에 적어 둔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데이터베이스'에 들어가보니, 대단한 자료들이 pdf로 잘 정리되어 있다. 뜻밖에 좋은 정보를 알게 되어 기쁘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 들려 주거나, 외국친구들에게 한국문화에 대한 짤막한 이야기를 알려주거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원하는 자리에서 하나둘 소개해 주면 좋을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우리 모두가 읽으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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