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부지 시니어 729일간 내 맘대로 지구 한 바퀴 - 은퇴, 여행하기 딱 좋은 기회!
안정훈 지음 / 라온북 / 2020년 3월
평점 :
품절


해외여행은 즐거움과 동시에 긴장감을 동반한다. 나는 그 긴장감이 싫어서 늘 패키지 여행을 선호하는데, 한편으로는 자유여행을 하는 사람들 얘기가 무척 궁금하기도 하다. 치밀하게 준비해서 떠나는 사람도 있고, 그저 한국에서 사는게 너무 힘들어서 쉬고 싶어서 떠나는 사람도 있다. 이 책은 그 둘도 아니다. 무대포로 떠나는 세계 여행이다. 적지도 않은 나이인 66세의 젊은 할아버지가 대책없이 떠나 약 2년 간 홀로 여행한다. '철부지'와 '시니어'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단어인데 이 책을 펴는 순간 딱 이해가 간다.

저자는 2017년 5월 3주간 삼국지 역사유적 탐방여행을 위해 회사에 휴가를 냈다가, 사드가 터지는 바람에 취소되자, 배낭 하나와 큰 캐리어 하나를 가지고 혼자 영화 <닥터 지바고>의 러시아로 간다. 일정이 이 주만에 끝나자 아쉬워 북유럽 3개국 여행을 즉흥적으로 계획하고는 회사에 퇴사를 알리고, 2년에 걸친 세계여행을 시작한다. 그에게 세계여행은 이웃 동네에 마실 가듯 마실에서 마실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 책은 씩씩하고 거침없는 서문을 거쳐, 여행한 순서에 따라 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마다 저자의 마음을 나타내는 키워드와 여행지명을 소개한다. 1장 기회: 시베리아 횡단여행, 2장 고독: 발칸의 낯선 도시, 3장 열정: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 4장 재충전: 쿠바와 멕시코에서 장기 투숙, 5장 체험: 남미, 6장 성찰: 호주와 뉴질랜드, 7장 치유와 회복: 히말라야 등반과 귀국 후 다시 떠난 필리핀이다. 문체는 미사여구나 꾸밈말 없이 단도직입적이고 직선적이어서 활기가 넘친다.

우여곡절도 많았는데 그 때마다 마음을 고쳐 먹는 모습이 정말 멋지다. 컴퓨터를 버스에 두고 내리고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편이라 그냥 짐이 줄었다고 쿨하게 잊어버리고, 국교가 수립되지도 않아 대사관도 없는 쿠바에서 여권을 잃어 버렸을 때도 여권이 나오는 1달을 쿠바 구석구석을 다니는 행운을 얻었다고 생각하니, 분명 초긍정의 마인드다. 또한, 시드니 공항에서 비행기 티케팅을 하며 인종차별의 모독을 참으면서도, 차표를 살 때도 불손하게 구는 현지 직원들에게도, 현지인과 싸우면 외국인만 손해라는 생각에 참고, 이해해줄 사람에게 부탁을 하는 현명함도 멋지다.

무엇보다 이러한 여행이 가능했던 것은 한국여권파워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여권만 있으면, 거의 모든 나라를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다. 저자에 따르면, 자신이 여행한 근 50개 나라 중에서 도착비자가 필요한 곳은 6개국(벨라루스, 쿠바, 볼리비아, 네팔, 인도, 캄보디아)이고, 온라인 비자로 갈 수있는 나라가 5개국(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미국, 미얀마)이었다고 한다.

저자는 이 여행이 끝나고 4명이 7개월 간 차 한 대로 유라시아를 가로지르는 자동차횡단여행을 갈 것이라고 계획한다.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기로 했다니 그의 다음 책이 기다려진다. 저자의 생각을 알 수 있는 좋은 글을 아래와 같이 모아 봤다.

'여행은 적금 타서 떠나는게 아니라 적금 깨서 떠나는 거야. 다리 떨릴 때 떠나지 말고, 가슴 떨릴 때 떠나야 해. 지금이 너의 남은 인생에서 가장 젊은 순간이야. 지금 떠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하게 될 거야(p56).'

'부자 여행자는 쾌락을 누리지만, 가난한 여행자는 깨달음을 얻는다(109)'

'진짜 여행은 볼거리가 아니라 사람이다(178). '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고, 여행은 서서하는 독서다(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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