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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하게 떠나 명랑하게 돌아오는 독서 여행 - 매일 읽고 조금씩 넓어지는 삶에 대해
서민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0년 2월
평점 :
워낙 많은 책을 읽은 것으로 알려진 장정일의 독서일기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1>을 읽고 나서 그의 치열한 독서력과 독서일기에 대해 감탄했었다. 주로 사회과학과 인문학 책을 읽고 쓴 글이었기 때문에 그 내용도 상당히 진지하고, 의식이 있어서 이 한 권을 꽤 오랫동안 붙들고 있어야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기생충학자 서민의 <유쾌하게 떠나 명랑하게 돌아오는 독서여행>은 재미를 곁들인 독후 감상문이어서 비교적 빠르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글을 잘 쓰기 위해 오랫동안 많은 책을 읽고, 쓰는 연습을 하였다는 그는 책 속에서도 '재미있는 책'을 높이 평가한다.
이 책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월간지와 인터넷 서점에 연재한 독서감상문 중에서 골라 묶었는데, 세 장으로 나뉜다. 다분히 유머러스하지만 정치적인 내용과 이어지는 1장, 페미니즘으로 채워진 2장 그리고, 책에 대한 분석보다는 저자가 느끼고 생각한 바를 주로 쓴 3장이다. 저자가 책의 발행년도를 명시하지 않았지만, 비교적 근래에 나온 책들이다.
글을 쓰는데 서론-본론-결론으로 나눈다면, 이 책은 저자의 재미있는 에피소드나 경험을 이야기하는 서론이 책을 소개를 하는 본론과 책을 읽고 느낀 결론보다 상당히 길다. 그래서 에세이를 읽는 느낌이다. 글 쓰는 방식도 한 개의 키워드를 던지고 이를 계속 이어나가는 방식이어서 독특하다. 이를테면, 유진의 <아빠의 페미니즘>의 키워드는 아버지의 페미니즘이다. 저자는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페미니즘에서 거리가 멀었고, 가부장적인 전형적인 옛날 아버지의 모습이다. 딱 한 부류에게 패미니즘 교육을 해야한다면, 그 것은 아버지라하고, 자연스럽게 그러한 아버지의 모습인 <아빠의 페미니즘>의 아버지 J를 소개한다. 아빠가 페미니스트라면 자식들은 어려서 페미니즘을 배울 수 있다고 하며 마무리한다.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고 키워드에 집중하는 이러한 글쓰기는 읽기에도 편하고 이해하기도 좋다.
조금 부지런하다면, 이 책에서 언급하는 EBS의 <까칠남녀>의 페미니즘적 자세를 취하는 서민교수의 모습을 찾아볼 수도 있고, 저자가 좋아하는 강준만과 천명관, 김훈, 하루키의 작품을 찾아 읽어도 좋겠다. 의외로 저자의 전공인 기생충이나 의학적인 이야기는 많지 않다.
천 권 이상이 서재에 있다고하는 서민교수가 어떤 책을 어떻게 읽고, 어떻게 감상문을 썼는지 궁금하다면 일독할 만하다. 재미있는 책을 원한다면 또한 일독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