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철학 진작 배울걸 그랬네 - 인문학적 통찰의 힘을 길러주는 일주일 간의 서양철학사 여행
장즈하오 지음, 오혜원 옮김 / 베이직북스 / 2018년 10월
평점 :
품절
딸 아이가 고등학교 때 윤리와 사상을 하도 재미있어 하길래 교과서를 훑어 본 적이 있다. 나의 고등학교 때와 거의 달라진 것 없이 철학사를 따라 철학자와 사상에 대한 개괄적인 소개 정도여서 구체적인 설명이 되어있는 참고서 하나를 더 사서 정리하며 읽었었다. 이 책은 일주일만에 철학을 훑어 준다기에 역시 개론적인 설명만 훑고 지나가리라 생각했었는데 지식으로서의 철학에서 실천 철학까지 이어지는 구조로 되어 있어 의외로 구성과 내용이 탄탄하고 충실하다.
저자는 대만 중정대학 철학연구소에서 철학 캠프와 강연을 하며 철학교육의 일반화에 힘쓰고 있다는데 이 책을 보면 대만의 철학 수업이 우리와 같은 듯하지만 좀더 나아가 구체적인 철학적 사고와 문제해결 방법을 키워주는 듯하다. 논술에서 나올 법한 다양한 논란의 문제들을 제시하고 이를 어떻게 답해야할 것인지까지 소개하고 있어서 과거 철학자들의 사상을 실생활에 접목시켜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서 흥미롭다.
이 책은 서양철학만 다룬다. 철학에 대한 개념정리부터 통사적 철학의 흐름과 중요 철학자와 사상에 대한 정리까지가 우리가 익숙하게 정리하는 마음으로 술술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철학이 다른 학문과 결합하여 정치철학, 정신철학, 종교철학, 언어철학, 과학 철학과 같은 학문을 발전시켰는데 이 부분부터가 쉽지 않다. 나아가 철학에 필요한 사고법 소개와 논술시험 문제에나 나올 법한 철학적 문제들을 제시하는데, 그 해설 부분도 난해하다.
논술 시험에 나올 법한 문제 중 하나가 '내가 존재하는 세계는 진짜일까?' 다. 영화 '매트릭스'를 보면 컴퓨터가 지배하는 가상현실 속에 살던 네오가 그 현실을 진짜라고 믿듯, 과거 플라톤은 동굴에 비유하여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은 동굴에 비쳐진 그림자인 '허상'이고 진짜 세계는 동굴 밖 '이데아'의 세계가 존재한다고 주장했 듯, 장자가 꿈에 나비가 되었다가 깨어 났으나 자신이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 고민했던 것들을 연결하여 설명한다. 철학사에서 유사한 사고들이 하나의 주제로 연결되는 참신한 깨달음을 준다. 나아가 과학자가 시도한 '통속의 뇌' 논증까지 이어져 내가 존재하는 세계가 진짜인지에 대한 정답은 없지만 다방면으로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재미가 있다.
고등학교 때 암기하느라 바빴던 윤리와 사상을 조금 더 발전시켜 철학적으로 사고하는 방식과 하나의 문제에 대해 어떻게 다각적인 해설을 내릴 수 있는지에 관심이 있다면 일독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