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관저의 담장 너머 - 30년 외교관 부인의 7개국 오디세이
홍나미 지음 / 렛츠북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사회 초년 시절 같은 회사에 다니던 사람이 결혼을 하면서 회사를 그만 두고 외교관인 남편을 따라 해외에 나갈 것이라고 했다. 가기 전에 이것저것 배우러 다녀야하는데 그 배우는 것이 신부수업과 다를 바 없었다. 한국 요리, 꽃꽂이, 예절이라니... 영문과를 졸업한 친구였기에 언어는 문제가 될 게 없었는데 나머지는 기초가 안되어 있어 걱정이라했다. 오랜만에 그 친구를 떠올리게 하는 책이어서 냉큼 읽었다. 과연 외교관의 아내는 무엇을 하며 살까?


이 책은 30년간 외교관 부인으로서 해외에 살며 경험하고 느낀 점을 쓴 에세이다.  저자는 비록 남편을 따라 여러 나라를 다니지만, 본인의 전공인 음악을 놓지 않고 공부하고 가르치고 작곡하고 즐기며 살아온 것 같다. 미국 보스턴부터 시작해 싱가포르, 쿠웨이트, 러시아, 독일, 텍사스를 거쳐 터키를 마지막으로 지금은 한국에 정착해 살고 있다.


오래 전 내 회사 친구의 말대로 외교관 아내로서 요리와 꽃꽂이와 에티켓은 기본으로 보인다. 관저 행사를 위해서 파티매니저가 되어야하기 때문이다. 읽으며 가장 궁금했던 것이 자녀교육 문제였는데 의외로 책 마지막 부분에 배치했다. 여러 나라를 다니며 그 나라 말을 다 배울 수 없기 때문에 아이가 혼란스럽지 않도록 영어를 사용하는 미국학교나 영국학교로 진학시켰고, 아이는 나라마다 다른 아이들 성향에 맞추어 잘 적응하며 지낸 것으로 보인다.  


외교관의 아내로서는 남편이 나라를 대표하는 자격으로 해외생활을 하는 것이기에 행동의 제약도 있고, 테러와 쿠데타가 있었던 쿠웨이트와 같은 나라에서는 공포감으로 두려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나라에서 온 대사들과 그 부인들을 만나고 친구가 되고 함께 현지의 말과 문화를 배우는 즐거움은 아무나 해볼 수 있는 게 아니기에 부럽다. 외롭지 않게 지내려면 사교적인 성격과 적응력도 필요해 보인다.  


나라마다 다양한 점을 소개하고 있는데 몇 가지를 소개해 보면, 터키사람들은 보수적인 입맛이어서 관저에 초대해도 한국음식을 시도하기 보다 자신의 음식을 먹고 싶어한다거나, 독일 베를린 사람들은 점소해서 식당에서 음식을 남기면 눈총을 준다거나, 한류가 전파된 싱가포르와 터키에서는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좋은 대우를 받았다고 하니 흥미롭다.


작고 얇은 책이라 편한 마음으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다. 외교관 부인들의 삶이 궁금하다면 살짝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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