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를 배우는 초급자인 내가 일본어가 어렵다고 처음 느낀 순간은 동사와 형용사의 활용이다. 일본 문화 특유의 돌려 말하기 화법으로 인해 '~해야한다'나 '~해라'와 같은 직접적인 말보다 '~하지 않으면 안된다', '~하지 않을래?' 와 같은 이중부정 혹은 부정의 말로 명령이나 제안의 말을 돌려 말한다. 이러한 경우, 말이 길어지기도 하지만, 의미파악을 바로 하기 위해 '부정의 부정이니까 긍정이구나'하고 따지기 보다 그저 암기하고 그 표현이 나왔을 때 '아... 긍정이구나'를 단박에 알아차려야한다. 그런 의미에서 문장을 필사해서 외운다는 이 책의 취지가 마음에 든다.
이 책의 목차를 보는 순간 내게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말의 조사나 동사활용과 같은 어미를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업시간에 여기저기서 조금씩 배운 것들을 한 군데 모아 두고 그 차이점을 설명하니 머릿속에서 정리가 된다. 또한 구어표현을 예문으로 제시함으로써 실생활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한 점이 마음에 든다. 아직 JLPT N3을 시도하기엔 실력이 안되지만, 구어체를 익힌다는 의미에서 이용할 수 있는 잘 정리된 문법책이다.
아쉬운 점은 예문을 제시하는 만큼 원어민의 소리를 MP3와 같은 음원으로 제시했면 좋았을 것 같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혔듯이 오랫동안 기억하려면 오감을 이용해야한다고 한 만큼 음원을 기대했는데 없어서 무척 아쉽다. 필사하면서 원어민 소리를 듣는 것도 좋고, 원어민 소리를 받아 적으며 공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필사에만 한정지어서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결한 구성으로 누구나 시도해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책이다. 하루 4개의 표현을 익히고 해당 예문 12개를 필사한 후 10일째 되는 날에는 지금까지 배운 것을 다시 복습하는 절차는 다른 언어를 공부할 때도 좋은 방법이다. 또한 하루 공부하는 4개 표현의 차이점과 유사점을 TIP코너에서 다시 보충 설명한 점도 좋다.
시중에 나와 있는 N3준비 교재에 비하면 굉장히 작고 얇은 편이지만, 문법을 내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공부방법을 잘 구성한 책이다. 기억 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 비슷한 표현, 기본 단어의 파생, 그외 다양한 문법을 익히고자 한다면 굳이 N3준비생이 아니어도 볼 만한 문법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