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표지에 한글이 없어 당황스럽다. 잡지스럽게 요란한 커버 사진이나 그림도 없이 밋밋한 아이보리 색 표지에 주황색 글씨가 심플하지만 뭔가 이국적이고, 잡지인가 싶은 느낌이다. 영문 잡지인가 싶어 안을 들여다보면 작은 폰트의 한글이 빡빡하다. 사진조차 이야기와 어울리는 것만 간간이 있다. 센터폴드에 인터뷰한 사람들의 사진이 있지만 설명이 최소화되어 있어서 그저 사진을 보며 생각하게 한다. 맨 끝에 대만에 대한 책 몇 권과 대만 영화 몇 편을 소개하는데, 조금 잡지스럽다.
나우매가진이 세계의 도시를 다루나본데, 두번 째 호인 이 호는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에 대한 집중탐구이다. '자유'를 바탕으로 그렇게 사는 사람들을 인터뷰하고(물론 소개되는 인물들은 듣도 보도 못한 사람들이다), 타이베이의 아름다운 장소를 소개하는데, 예스러움을 잃지 않고 그대로 간직한 건물에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도하는 장소들이 낯설다. 우리나라로치면 한옥집인데 들어가보면 스파게티를 파는 이태리 식당같은 식의 건물이다. 책에서 소개된 7가지 옛것과 현대가 어우러진 장소 중에 '문방챕터'가 있다. 옛 일제강점기에 관료들이 쓰던 기숙사를 공공도서관으로 만들었는데, 방석을 깔고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여성의 모습이 고즈넉하니 좋아보인다.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것은 '친환경'을 주제로한 타이베이의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소개다. 우리나라는 중국에서 불어오는 바람때문인지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공기오염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일 년 중 57일을 미세먼지와 싸워야한단다. 대만은 일찌감치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한 노력으로 원전 가동을 제로화하고, '유바이크'라고 부르는 공용자전거를 곳곳에 배치해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게하고, 자동차보다 매연발생 비율이 높은 오토바이를 전기 스쿠터('고고로')로 바꾸어 대기 오염을 상당히 제거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심각히 고려해봐야 할 문제라고 본다. 자연에서 가져온 재료로 만든 샴푸와 옷들, 그것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어 부럽다.
영어와 한글과 중국어가 섞여있는 잡지. 사진이 있으나 요란한 명품을 광고하거나 하지 않는다. 소박하지만 내용은 상당히 깊이가 있고, 여행하며 알게된, 겉도는,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이야기들이 아니다. 그 도시 안에 살면서 한국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아서 참신하고 유익하다. 타이베이에 대한 애정이 있다면 즐겨 읽을 수 있는 잡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