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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도시
토르벤 쿨만 지음, 이원경 옮김 / 가람어린이 / 2025년 11월
평점 :
<회색 도시>는 초등학교 3-4학년 대상으로 출판된 그림책입니다. 실제 사진처럼 생생한 그림과 비교적 많은 글밥이 특징인 그림책으로,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무엇보다 그림이 인상 깊어 신청하게 된 책이었습니다. 회색으로 뒤덮인 도시로 이사 온 소녀 로빈이, 자신만의 색을 지켜내기 위해 애쓰며 도시의 색을 용기 있게 찾아 나서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색을 지니고 있다는 이유로 인정받지 못하는 학교 분위기 속에서, 로빈이 자신과 같이 색을 가지고 있는 친구를 만나는 장면입니다. 모두가 회색이어야 하는 학교에서 색을 가진 두 아이는 방과 후 교실에 남게 되고, 그곳에서 서로 친구가 되어 갑니다.
이 장면은 아이들의 고유한 색을 존중하지 않고, 획일화를 강조하는 교육에 대한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동시에 안정된 집과 직장을 목표로 삼는 현대 사회의 모습도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사회의 분위기 속에서 저마다 다채로운 색을 지닌 아이들마저 회색빛으로 물들어 가는 모습을, 이 그림책에서 은유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에서 다행스럽게 느껴졌던 점은, 회색 도시 안에서도 '이 도시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 색을 되찾으려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로빈이 친구를 통해, 회색 도시 안에서도 자신의 색을 지키고자 모이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저자는 로빈이 회색 도시의 문제를 하나씩 발견해 나가는 여정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도서관의 책을 통해 회색 도시의 비밀을 알아가고, 회색 산업이 색을 섞어 세상을 회색으로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뒤, 용기를 내어 문제를 바로 잡으려는 로빈의 모습에 자연스럽게 집중하며 이야기를 따라가게 됩니다. 그 여정에는 함께하는 친구가 있다는 점 또한 인상 깊었습니다. 무엇이든 혼자서 해낼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으니까요.
색을 되찾은 도시의 모습이 나오기 전, 로빈이 창문을 열고 밖을 바라보는 장면 역시 마음에 남습니다. 이 그림책을 통해 우리 사회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었는데, 분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있고, 그런 사람들로 인해 세상은 조금씩 바뀌어 간다는 희망을 이 장면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책을 덮으며 기분 좋은 여운이 남았습니다.
마지막 장에는 빛의 굴절과 색의 혼합에 대한 설명도 담겨 있어서 아이들이 이야기를 통해 과학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