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노래]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
-
모든 게 노래
김중혁 지음 / 마음산책 / 2013년 9월
평점 :
13분짜리 곡을 듣다가 12분쯤에 온몸에 찌릿한 전기를 느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스킵이 얼마나 위험한 행동인지 알 것이다.
본문 32쪽 끄트머리에 나오는 말이다. 그리고 나는 이 말과 『모든 게 노래』라는 책과 조금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처음 봤을 때, 앞에 쭉 적혀 있는 그룹과 사람들 이름 중 내가 아는 뮤지션은 손에 꼽을 정도였고, 노래를 들어본 가수나 래퍼는 더 적었다. 나란 사람, 책에 대해서도 그렇지만 음악도 취향이 참 확고하고 편식이 심해서 듣는 노래만 듣고는 한다. 그래서 이 책도 그냥저냥 무덤덤하게 읽어나가겠구나 싶었다. 그렇게 큰 기대 없이 책을 펼쳐들었다.
첫 챕터에서 첫 글을 보면서는 솔직히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본문 곳곳에는 불필요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괄호 투성이었고, 내용은 사소하고 별 것 없는 신변잡기처럼 느껴지는 데다 저자가 뭘 얘기하고 싶은지도 잘 모르겠어서였다. 노래를 소개하고 싶은 건가 하다가도 제멋대로 쓰고 싶은 얘기를 끼적여 이어 붙인 것 같았다. 내 취향이 고상하고 무겁고 논리적인 책이냐면 그것도 아닌데 말이다. 나는 가볍고 유쾌한, 사람 사는 진솔한 이야기도 좋아한다. 그런데 음, 말하자면, 이 책의 내용은 그냥 인터넷 블로그에 포스팅으로 올리는 게 더 어울릴 것 같았다. 굳이 책으로 만들어야 할 컨텐츠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다른 책과 마찬가지로 일단 읽었다. 어쨌든 어디 방 한 구석에 진득하게 박혀서 읽어야 하는 책은 아니었으므로 여유가 되는 틈틈이 책장을 넘겼다. 그런데 그러다가 어느새 이 책만의 매력을 발견했다. 물론 책 중간중간에 있는 와닿는 구절들도 한 몫을 했지만, 사실 그런 건 어느 책에서나 조금씩은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니 넘어가자. 나는 의외로 이 책의 서술 방식이나 어투가 참 친근한 것을 깨닫게 되었다.
보통 글을 쓸 때는 일상 생활에서 대화할 때와는 어휘나 표현이 달라진다. 소설이건 연극 대본이건, 아무리 현실과 비슷하게 구성한다고 해도 사소한 차이가 있고 때때로 나는 그걸 느낄 때가 있다. 물론 이 책이라고 다르지는 않을 텐데도, 이 책은 뭔가 그보다 좀 더 이야기에 가깝다는 느낌이 든다. 친구가 옆에서 이건 어떻고, 저건 어떻고 하면서 이야기를 늘어놓는 느낌? 라디오를 듣다가 문득 대답하고 싶어질 때를 경험해 봤다면, 그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 유난히 편하고 일상적인 표현을 많이 구사하는 것 같다. 특별히 내 취향인 책이 아닌데도 부담스럽지 않게 읽을 수 있었던 건 그래서인가 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각양각색의 음악을 섭렵한 사람답게 추천해주는 노래들도 장르의 경계를 넘나든다. 옆에 있던 스마트폰으로 검색해서 한번쯤 들어보는 소소한 재미도 있었다. 그래, 노래 뿐 아니라 책 자체도 참 소소한 것 같다. 무료하게 시간을 흘려보낼 때 마침 카페 책장에 꽂혀 있다면, 한번쯤 읽어봄직도 하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