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난중일기
이순신 지음, 이용호 옮김 / 동광문화사 / 2005년 4월
평점 :
품절
어떤 평자가 말하기를 亂中日記가 위대한 것은 그것이 애국심이나 효심을 들어내서가 아니라고 말했다. 이르기를 “사실만을 기록했다”는 이유 때문에 난중일기가 놀랍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난중일기의 문장은 우조와 비슷하다고 했다. 나는 이 말을 알듯 했다. 안다는 것이 아니라 알 듯 했다. 그런 기억을 갖고 있는 중에 뜻하지 않게 이용호가 옮긴 난중일기를 읽게 됐다. 지적한 말대로 이 글을 지극히 사실로만 쓰여 있었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부는 것이나 매를 치고, 목을 베는 사실들은 명료한 사실일 뿐이다. 그는 어떤 이유로 울었다고만 적는다. 다음에 대한 설명은 없다. 그것이 난중일기의 주요한 기술법이다. 우조라는 것도 그런 것일까? 최근 들었던 김정자의 가야금 정악 「하늘을 향한 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우조와 계면조가 그렇게 먼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분명 달랐다. 우조는 당김음이 있더라도 그 당김음이 울지 않는다. 하지만 계면조는 다르다. 그것이 울기도하고 ‘살’ 떨리는 것 같기도 하다. 좀 더 들어봐야 알 일이다.
덧붙여 혹자들에게 회자되는 원균과의 이야기 몇 대목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갑오년 이순신이 가슴 속에 품었던 원균에 대한 글들 몇을 추리면 다음과 같다.
갑오년 4월 12일 경신 맑음
순무어사 서성이 내 배에 와서 이야기했다. 우수사, 경상수사, 충청수사 등도 같이 와서 술을 세 순배 나누자, 원 수사가 취한 척하고 주정을 하면서 억지 소리를 하니, 순무어사도 매우 괴면적어했다. 현감이 돌아갔다.
갑오년 6월 4일 신해 맑음
충청 수사 미조항 첨사 및 웅천 현감이 보러왔기에 종정도 놀이를 하게 됐다. 겸사복이 임금의 분부를 가지고 왔는데 보니, 수군 장수들이 서로 화목치 못하다 하니, 앞으로 과거의 인습을 버리고 화목하게 지내라 하셨다. 죄송하기 그지없다. 이는 원균이 취해서 망발을 부린 때문이다.
갑오년 7월 19일 을미 맑음
예물 명단을 증정하니 감사함을 이기지 못해 주시는 물건이 매우 풍성하다고 했다. 충청 수사도 예물을 주었다. 전라 우수사가 예물을 주었는데 나와 같았다. 점심 후 원균이 혼자서 술 한 잔을 대접하는데, 상을 가득 차렸건만 하나도 집어 먹을 만한 것이 없다. 우습다. (생략)
갑오년 7월 21일 정유 맑음
(중략) 늦게 소비포 권관이 만나러 와서 말하기를 기한에 대지 못하였다고 해서 원균에게 곤장 30대를 맞았다고 한다. 해괴한 일이다. 우수사가 군량미 20석을 꾸어갔다.
갑오년 8월 17일 임술 흐림
도원수 권율이 사천에 도착하여 군관을 보내어 이야기하자 하므로, 곤양 말을 빌려타고 원수 있는 곳으로 가서 교서에 엄숙히 절한 후, 공사간의 예를 마치고 그대로 함께 이야기하니 오해가 많이 풀리는 빛이다. 또 원수가 수사 원균을 몹시 책망하니 원수사는 머리를 들지 못했다. 우습다. (생략)
이런 일기 등으로 보아 이순신이 가지고 있는 원균에 대한 불신과 적개심은 보통이 아님은 분명하다. 또 그 사유가 개인사에 한하는 경우도 있지 않나 싶다. 매우 사소한 문제에 대해서도 이순신의 마음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동안의 그 어떤 난중일기보다 다양한 부록을 첨부하였다. 원본은 물론 이순신과 관련된 다양한 텍스트가 담겨있다. 영, 정조의 추문도 그 중 하나다. 아무튼 훌륭한 집대성이다. 품절이 풀리는 날을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