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 전집은 내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책이다.
오랜 시간 동안 이 책을 두고두고 읽으면서 인간의 삶에 대해서 많은 것을 생각했었다. 그리하여 그 기억과 그 기억 속에서 우물거렸던 생각들이 일부분 퇴색됐다고 하더라도 이 책은 내게 끝없는 사유와 말할 수 없는 뜨거운 정서를 이끌어 준다. 산문을 읽어보면 어느 날 김수영이 동료 작가를 만나 '이만하면 자유가 있는 것'이라는 말을 듣고, 자유에 '이만한'이라는 말을 붙일 수 없다고 분개하는 것을 보면서 나는 스스로 위대한 지도자나 시인은 될수 없을 지 몰라도 세상을 치열하게 사는 것은 포기하지 말자고 다짐을 거듭했었다.
그는 전편의 시와 산문을 통해 치열함을 표출했다. 그것을 문학평론가 김현은 '절규'라고 말했다. 나는 그러한 김수영의 절규가 인간적이어서 좋았다. 바꿔 말해서 글보다 이면의 그의 정서가 더 좋았던 것이다. 그것은 노무현의 정치보다 노무현이 더 좋았던 것과 흡사하다. 그러고 보면 나는 끝없이 인간에 천착하고 있었다. 인간에게 끌리면 그 인간이 가지고 있는 철학이나 정치적 노선과 상관없이 그에 대해 맹목적인 호감을 보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러한 호의의 이유로 아마도 나는 그의 시에 빠져들었고, 시를 배웠다.
그의 전집은 그런 의미에서 내 기억 속에 가장 뜨거운 곳에서 언제나 빼어난 광채를 뿜어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