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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랑 ㅣ 로망 컬렉션 Roman Collection 11
윤이형 지음 / 나무옆의자 / 2017년 12월
평점 :
이 책은 자그마한 사이즈에 230여 페이지의 장편소설입니다. 이 책은 ‘그 박물관이 왜 자꾸만 모습을 바꾸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는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문장은 이 책의 주인공인 서영은 어린 시절 트라우마로 인해 자신이 늑대인간이라는 망상에 시달리는 라이칸스로피(lycanthropy) 즉 낭광증(狼狂症)에 걸려 계속 악몽을 꾸는 장면으로 이어집니다. 유리로 본 자신인 괴물은 무엇을 느끼기에 너무 추했고 그것과 자신 사이에는 아무런 공통점을 느끼지 못합니다. 서영은 자기자신의 짐승을 보면 생각합니다. 계속 거기 갇혀 있겠구나. 네가 해친 사람과 함께. 자신이 견딜 수 있게 일말의 동정이나 연민함이 없이 스스로를 합리화 시킵니다.
이 첫 장면은 이후의 내용들의 요약이자 복선입니다. 서른네 살인 주인공 서영은 5년 전 데뷔한 뒤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에 있는 독특한 시리즈 스틸 라이프를 열두 권 내서 상당한 팬덤을 구축한 소설가입니다. 지난 2년 간 계속 써내려간 이 작품들에는 큰 비밀이 있습니다. 그것은 초승달이 보이기 시작하면 누군가와의 사랑에 빠져 그로부터 보름도 채 지나지 않아 꽉 찬 달이 떠오르면 꿈속에서 짐승으로 변해 연인을 먹어치우고 그 후에 연인은 두려운 얼굴로 그녀를 떠나가 버리고 그녀는 헤어진 연인과의 이야기를 먹지도 씻지도 않은 채 미친 듯이 보름 만에 완성시키는 패턴이 반복된 것입니다.
이러한 패턴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몸부림치는 중에 자신이 관심있게 읽었던 소설의 작가인 최소운로부터 이메일을 받고 만나게 됩니다. 두 사람은 첫 만남부터 한눈에 서로에게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그렇게 늑대인간과 인간의 사랑 또 여자와 여자의 사랑이라는 동성애 그리고 서로 팬인 작가와 작가의 사랑이라는 세 가지 사랑이 동시에 이루어지고 그 사랑은 출발부터 쉽지 않은 결말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 소설의 작가인 윤이형은 2005년 중앙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한 후 SF, 판타지 등 장르서사의 문법을 도입한 개성 있는 작품으로 출구 없는 세계의 불안과 그 너머의 가능성을 집요하게 탐구해온 작가라고 합니다. 이 소설도 단순한 환타지 소설이 아닌 심리소설로서 독자들을 새로운 장르로 이끌어 줍니다. 로맨스 소설을 좋아하시거나 환타지 소설을 즐기시거나 독창적인 소설을 좋아하시는 어느 하나에 해당되시는 분이라면 독특하면서 재미있고 새로운 로맨스 소설인 이 소설을 읽어보시면 좋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