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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늘보라도 괜찮아
이케다 기요히코 지음, 이정은 옮김 / 홍익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이책은
이 책은 정말 독특한 책입니다. 어떻게 하면 성공을 하느냐하는 자기계발서 리더쉽도서 등 치열한 경쟁에서 더 치열한 노력으로 살아남는 법을 가르치는 책들이 넘쳐나는 작금의 현실에 ‘나무늘보처럼 느리게 여유를 갖고 살아가는 편이 좋지 않을까’하는 취지의 책이라니요.
이책의 내용
저자는 현대인들의 일중독 상태에 대해 인간은 원래 이렇게 열심히 일해 온 적이 없다고 합니다. 장의 길이 등으로 볼 때 일반 육식동물들처럼 인류도 하루 먹을 식량을 잡으면 그 다음에는 푹 쉬었을 거라고 합니다. 그리고 오늘날의 노동 시스템은 두 배, 세 배를 일한다고 해서 두 배 세 배를 벌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지만 두 배 세 배로 일하면 두 배 세 배로 피곤해질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돈을 쓰지 않아도 즐거운 일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무리해서 돈을 벌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돈과 성공에 미쳐가는 한국사회에서 이러한 주장이 과연 씨알이 먹힐 것인가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런 주장을 하는 저자가 누구인지 궁금해서 저자의 약력을 살펴보았습니다. 저자 이케다 기요히코는 생물학자로 현재 와세다대학 교양학부 교수로 재직중입니다. 평론가이자 수필가로 일본에서 인기있는 학자라고 하네요. 생물학 전공자의 관점에서 본 현생 인류의 부조리한 행태에 대한 성찰로 보면 될까요.
저자는 애초에 왜 인간은 일하지 않으면 안 되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노동의 의미를 보수를 얻기 위해 심신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보면 그런 노동은 수렵채집 사회에서는 없었고 농경사회로 진입하면서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생겨난 개념이라고 합니다. 즉 일하지 않는자는 먹지도 말라거나 노동은 미덕이라는 말은 농경문화에서 생겨난 이데올로기 같은 것이라고 합니다. 즉 일을 통해 자아실현을 한다는 것은 모든 인류에게 해당되지 않는 억지 논리일 뿐이라고 합니다.
인간은 원래 인류가 생긴 이후로 하루 1~2시간만 일해 왔고 농경사회가 된 후 일부 인류의 노동시간이 크게 늘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하루 8시간 노동은 자연스러운 일도 아니고 인간을 정신적 신체적으로 혹사시키는 행위라고 하면서 게으름은 심신을 완화시키고 쉬게 해서 몸과 마음의 건강에 유익하다고 합니다.
마치며
이 책에 게으름을 피는 개미이야기가 나옵니다. 개미집단에서는 전혀 일하지 않고 게으름을 피는 개미가 항상 일정부분 존재하는데 재밌는 것은 일하지 않는 개미를 제외시키면 일하던 개미 중 일정 비율이 다시 일하지 않게 된다는 것입니다. 즉 게으름 자체가 개미 조직에서 필요하다는 말이겠죠. 이는 하세가와 에이스케의 <일하지 않는 개미>에서도 같은 내용이 나오는데 80% 정도의 개미가 일하지 않고 벌과 개미도 과로사 한다고 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또 한 권의 책은 버트런트 러셀의 저서 <게으름에 대한 찬양>입니다. 인간의 진정한 자유와 주체성 확립을 위해서는 오히려 여가가 필요하다면서 '행복해지려면 게을러지라'는 유명한 처방을 내리는 것이 이 책의 주장과 많은 점이 닮아 있습니다. 처음 이 책을 읽을 때는 황당한 주장이라 생각했지만 우리가 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며 죽으라 일하고 스스로 수명을 단축시키는지 돌이켜 보게 되는 좋은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