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신장애 아들을 둔 아버지입니다 -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20년간의 처절한 삶의 기록
설운영 지음 / 센세이션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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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작년 8월 2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저는 예비 살인자입니다. 부디 중증 발달장애인에 대한 돌봄대책을 마련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던 오모(49)씨의 언론 인터뷰가 떠올랐습니다. 그는 “숨 쉴 틈을 달라”고 하며, 아들은 자폐 증상이 심해서, 너무 속상하지만 동물 같다고 호소합니다. 아들은 ‘엄마’, ‘아빠´조차 말하지 못하고 “어어”하는 옹알이로만 소통하며 자신이나 타인을 위협하거나 가해하는 ‘도전적 행동’도 심해 아들의 몸은 온통 상처투성이고 아이가 던진 살충제를 맞은 아내는 머리를 꿰맸고 제 몸 여러 곳에도 물린 흉터가 남아 있는 등 가족들도 상처를 달고 산다고 합니다.

 

이 책의 저자도 갑작스레 조현병이라는 정신장애가 찾아온 큰 아들에게 닥친 절망과, 이를 지켜보고 함께 겪어야만 했던 20여 년간의 저자 자신과 가족이 겪은 실제 이야기가 솔직하게 담 평범하고 화목했던 가정에 상상할 수도 없었고 상상하고 싶지도 않았던 시련이 닥친 당시의 상황을 가감 없이 절묘한 표현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또 이 책에는 이후 터무니없이 부족한 사회적, 제도적 상황 안에서 저자가 직접 발로 뛰어 이룬 회복과 극복의 과정까지 다루고 있습니다.

 

앞에 언급한 중증 발달장애인의 부모의 경우 아이의 상태가 좋지 않다 보니 동일한 임금에 돌보기 쉬운 아이를 맡고 싶은 활동보조인에 의해 ‘장애인활동지원 서비스’도 늘 거부당하는 등 극도의 고립감을 느끼며 살며, 청와대 청원 글에 달린 ‘아들을 안락사 시키라’는 댓글을 본 아내는 종일 끅끅거리며 가족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차갑다고 안타까워합니다. 나아가 과연 이와 같은 중증 장애인 부모는 누구에게 도움을 구할 수 있을지, 발달장애를 우리 가족만의 문제나 책임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문제로 품어주실 수 없는 지, 국가가 성인 중증 발달장애인을 꾸준히 돌봐줄 시설과 서비스를 확대해주기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도 정신장애인 가족들은 알지 못해서 말할 수 없었고, 말할 수 있어도 냉대와 박해 속에서 말할 수 없었고, 아들의 정신병 발병으로 속수무책 무너져 내려갔던 그때를 처절하게 관찰하여 솔직하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 말하지 못하는 고통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서 더 괴로웠던 고통 속에서 저자는 아픔의 그늘 속에 있는 가족에게 필요한 것은 강요가 아니라 고통의 나눔과 연대를 통한 거듭남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나아가 정신장애인 가족들은 알지 못해서 말할 수 없었고, 말할 수 있어도 냉대와 박해 속에서 말할 수 없었고, 그 말하지 못하는 고통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서 더 괴로웠지만, 아픔의 그늘 속에 있는 가족에게 필요한 것은 강요가 아니라 고통의 나눔과 연대를 통한 거듭남이었다고 고백합니다. 이 책은 200여 페이지의 비교적 작은 책이지만, 우리 삶과 우리 사회에서 무엇이 소중하고 또 무엇이 필요한 지 깨달을 수 있는 큰 책입니다.

 

"본 서평은 리앤프리 카페를 통하여 책을 제공 받아 자료들을 참고해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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