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사회의 종말 - 인권의 눈으로 기후위기와 팬데믹을 읽다
조효제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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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한국인권학회장, 국제앰네스티 자문위원 등을 역임한 중견 인권학자이자 성공회대 교수인 저자는 두 가지 차원에서의 ‘탄소 사회’를 규정합니다. 저자가 말하는 탄소 사회란 탄소 자본주의의 논리와 작동방식을 깊이 내면화한 고탄소 사회체제를 뜻하는데, 이 같은 관점에서 탄소 사회는 생산, 소비, 그리고 인간의 내밀한 의식까지 지배하는 달콤한 중독의 체제라고 합니다. 다른 한편으로의 탄소 사회란 탄소 자본주의에서 파생된 불평등이 전 지구적으로 깊이 뿌리내린 사회 현실을 뜻한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보면 탄소 사회는 팍팍한 고통의 체제입니다.

 

저자는 이렇게 달콤한 중독과 팍팍한 고통의 이중적 탄소 사회와 단절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기후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생긴다고 지적합니다. 이 책은 저자의 이러한 문제 의식을 바탕으로 각 부를 일련의 질문으로 구성하여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책이 흥미로운 것은 저자가 이러한 환경적인 위기를 ‘지구 가열화’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기후 위기를 단순히 과학 문제가 아닌 사회 문제로 놓고, 나아가 ‘인권’ 문제로 설정해야 한다고 역설하는 점이에요.

 

즉 이글대는 아스팔트, 열대야에 잠 못 이루는 옥탑방, 천식이 심해진 아이, 이상 냉해로 망친 과수 농사, 재고가 쌓여 가는 계절상품으로 고민하는 자영업자들을 볼 때, 일련의 환경적 기후적 위기를 지구, 생태, 빙하, 해수면, 북극곰의 문제로 조명하기보다 인권 문제로 규정해야 더 와 닿고 직접적인 행동을 촉발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이 책은 기후위기와 관련한 국내외 주요 연구와 발표, 기후 운동의 최전선에 있는 기후·인권 단체의 성명과 활동가들의 기록, 현재 실시간으로 진행 중인 구체적인 기후문제와 기후소송 사례 등을 토대로 ‘새로운 인권 담론’을 길어 올리고 있습니다.

 

사실 이 책의 내용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그런 변화의 초기진행을 살짝이나마 일별할 수 있는 기회가 코로나바이러스 덕분에 찾아왔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방역조치로 사람들이 활동을 멈추고 집에 들어박히자 지구가 깨끗해지고 조용해지며 또 건강해지고 있는 것이죠. 차량 운행이 줄고 공장들이 가동을 중단하면서 많은 대도시에서 스모그가 없어져 하늘이 청명해졌고, 이산화질소 수치가 가장 높은 ‘세계의 굴뚝’ 중국은 물론 ‘가스실’로 불릴 만큼 대기오염이 심각했던 인도 하늘도 푸른빛을 되찾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이번 코로나 창궐로 벌어지는 일련의 환경 변화 현상을 보면서, 코로나로 인해서 인간이 얼마나 환경에 악영향을 끼쳤는지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기후나 환경 위기를 인권의 측면에서 바라보는 저자의 견해가 시사적이면서 또 의의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두꺼운 책이지만 이 책을 많은 분들이 읽어보셔서 사회의 변화를 일으키는 촉매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 문화충전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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