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역사의 명장면을 담다
배한철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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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180호로 중앙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세한도를 직접 본 적이 있습니다. 촘촘히 쓰인 글씨 옆에 꼿꼿하게 솟아있는 소나무들이 그의 글씨처럼 힘차게 그러나 왠지 쓸쓸하게 그려져 있었습니다. 이 그림은 위리안치로 힘든 시간을 보내던 김정희에게 많은 책을 보내주는 등 큰 도움이 되어주었던 이인 제자 ‘이상적’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선물이라고 합니다. 그 글과 그림은 '날이 차가워진 다음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 시드는 걸 안다'며 어려움이 닥칠 때 진정한 친구를 알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처럼 국보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재로 국보 1호인 남대문부터 올해 10월에 지정된 국보 333호 합천 해인사 ‘건칠희랑대사좌상’까지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그대로 보여주는 소중한 유물들입니다. 저자는 다수의 역사서와 고문헌을 집약하여 간판급 국보 47점을 둘러싼 숨겨진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놓았습니다. 특히 어렸을 때부터 왜 남대문 즉 숭례문이 국보 1호인지 궁금했었는데요. 이 책에 따르면 1933년 조선총독부가 숭례문을 보물 1호로 지정하고, 흥인지문을 보물 2호로 지정하면서 임진왜란 때 숭례문을 통해 서울에 들어온 왜군의 한양 입성을 기념하기 위한 속셈이라는 얘기가 파다했다고 합니다.

 

또 국보의 번호 체계는 사실 일제강점기의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해서, 일각에서는 국보 제70호 훈민정음 해례본, 국보 24호 석굴암을 1호로 대체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지만 숭례문이 1호가 된 건 사실 단지 처음으로 지정되었다는 이유일 뿐이고, 세계적으로도 문화재에 번호를 매기고 있는 나라는 거의 없다고 합니다.

 

이 책에도 소개되어 있는 국보 제78호·83호 반가사유상, 국보 287호 백제금동대향로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습니다. 무엇보다 반가사유상은 발견 당시부터 슈퍼스타였는데, 1912년에 이왕가박물관이 일본인 고미술상에게 2600원을 주고 샀는데 당시 국보급 청자 하나가 500원이었으니 어마어마한 가격이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재인 만큼 국립중앙박물관에서도 단독실에 전시돼 있는데, 힘들 때마다 보러 온다는 마니아들이 있을 정도라 합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오묘한 미소, 가장 아름답게 느껴지는 비율 그리고 깨달은 자의 기쁨 등 반가사유상을 수식하는 수식어도 정말 다채로운데요. 이 책에 자세히 실린 사진을 보아도 느긋하고 긴장감이 없는 설핏 미소가 자꾸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게끔 홀려지는 느낌입니다.

 

이 책에는 이 밖에도 국보가 제작됐던 당시의 뒷이야기부터 전쟁의 참화에 휘말려야 했던 수난사, 국보에 드러난 한중일 문명교류사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종횡무진하여 상세히 풀어낸 역사적 현장 앞에서 국보의 진면목이 입체적으로 펼쳐집니다. 국보를 수없이 봤지만 그냥 역사적인 배경만 생각했지 그 의미를 깊게 생각해 보지는 못했던 듯합니다. 이 책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국보 47점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중심으로 흥미진진하게 역사를 풀어내고 있어서, 국보의 의미를 되살리면 읽기에 좋은 책이라 생각합니다.

 

"본 서평은 부흥 카페 서평 이벤트(https://cafe.naver.com/booheong/199059)에 응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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