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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라르카 서간문 선집
프란체스코 페트라르카 지음, 김효신 옮김 / 작가와비평 / 2020년 9월
평점 :
이 책은 제목처럼 프란체스코 페트라르카가 쓴 서간문을 모아 만든 편지 형식의 에세이입니다. 페트라르카는 단테에 이어 출현한 14세기 이탈리아 최고의 시인으로서 르네상스를 연 인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 책은 260페이지에 걸쳐서 크게 다섯 개의 장으로 나누어서 페트라르카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는 서간문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먼저 1장은 페트라르카 자신에 대한 서간문을 2장은 문학관련 서간문들, 3장은 조국과 정치 관련 서간문들을 4장은 로마 관련 서간문들 그리고 마지막 5장은 고대문학 관련 서간문들이고 마지막에 작품해설이 있습니다. 사실 페트라르카는 중세의 수세기 동안 수도원 도서관에서 모두에게 잊혀진 채 묻혀 있었던 고전 작품들을 찾아서, 유럽 전역에 흩어져 있는 수도원 도서관을 뒤지면서 ‘책 사냥’을 한 ‘책 사냥꾼’으로 명성을 날린 첫 번째 인물이라고 합니다.
그는 프랑스 샤르트르에서는 고대 로마의 역사가 리비우스의 저작 <로마 건국사>를, 파리에서는 로마 제국 초기의 시인 프로페르티우스의 필사본을, 베로나에서는 키케로가 아티쿠스에게 보낸 서신을, 벨기에 리에주에서는 키케로의 <아르키아스를 위한 변론>을 발견했는데요. 이렇게 페트라르카에 의해 되살아난 키케로의 글들은 이후 인문학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키케로의 글들은 인문학의 개념과 미덕을 알려주었을 뿐만 아니라 인문주의자들이 공적 문서를 작성하고 연설을 하는데 적극적으로 참조할 수 있는 실용적인 교본 역할도 했다고 하네요.
그래서인지 아름다운 글들로 가득 찬 이 책을 읽으면서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이 떠오르는 것은 우연이 아닐 듯합니다. 열람할 수 없는 비밀의 구역이 되버린 장서관과 세상적 지식을 성서의 반대개념으로 믿고 새로운 지식 자체를 차단하기 위해 살인을 서슴지 않고 저지르다가 결국 장서관을 불태우는 호르헤 수사 같은 인물들의 광기 속에 페트라르카와 같은 르네상스 인들의 ‘고전’ 수호와 복원 노력에 의해 그나마 일부 고전들이 살아남아 우리들에게 고전적이면서도 새로운 시각을 전하고 있습니다.
- 문화충전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