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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균, 불의 향기
이진 지음 / 북치는마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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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중기의 대표적인 한글 소설 ‘홍길동전’으로 유명한 허균은 1569년(선조 2) 경상도 관찰사 허엽의 3남2녀 중 막내아들로 외가인 강릉에서 태어났습니다. 맏형 허성과 중형 허봉은 그의 부친과 더불어 조정의 명신으로 활약했으며, 성리학과 문장, 외교활동으로 이름이 높았다. 또 허균에게는 조선시대 최고의 여류 시인으로 평가받는 5세 위의 누이 허난설헌이 있었죠. 허균은 이후 선조에서 광해군대에 걸쳐 활약한 정치가이자 학자로 성장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한국사에서 허균처럼 극적인 인물도 흔하지 않은데요. 당시 사회에서 허균의 사상은 불온한 것으로 취급됐고, 그는 이홍로와 결탁해 동궁을 해치려 꾀했다는 혐의를 받고 사실사회의 안정을 해치는 위험인물로 지목돼 1618년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습니다. 이후 허균을 ‘천지 사이의 괴물’로까지 표현한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한 거의 모든 자료에는 한결같이 허균을 부정적으로 묘사했다고 합니다.
광주여대 교수를 지낸 소설가인 저자는 이미 조선 최고의 시인이었지만 '허균의 누이'라는 꼬리표가 늘 붙었고, 어린 시절부터 총기가 타고난 당당한 여성이었지만 결혼 이후에는 유교세계 속에서 점점 침잠되었던 조선의 시인 허난설헌을 다룬 전작 ‘하늘 꽃 한 송이, 너는’ 출간 뒤 2년 만의 신작이라고 합니다. 이렇듯 저자는 허균과 허초희, 특별한 두 남매의 삶과 문학을 소설로 재구성해 시리즈로 엮어낸 셈이죠.
이 소설은 그가 역모 혐의로 참수당하고 사지가 갈갈이 찢긴 1618년(광해군10년) ‘그날’부터 시작됩니다. 역모로 잘린 허균의 수급을 확보하기 위한 서로 다른 인물들의 추격전이 전개되면서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전개가 펼쳐집니다. 저자는 후기에서 이 소설을 최후 진술마저 끝내 거부당한 허균이 마지막으로 하고 싶었던 말이 무엇이었을까?에 대한 나름의 탐구이자, 몇 줄로 압축된 역사적 사료 이면에 가려진 진실을 자신의 방식으로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진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소설은 백성의 위대한 힘을 자각시키고 있는 허균의 ‘호민론’을 풀어낸 소설이라고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홍길동이 가정에서의 신분적 제약과 사회에 등용되지 못하는 사회적 모순에 부닥쳤지만 이를 극복해 나가는 호민의 모습을 보였던 것처럼, 당시 사회에서는 혁명적인 내용을 담은 것이었고 또 서자였던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 것이 아니었나 생각이 듭니다. 조선시대의 특별한 남매인 허균과 허초희에 대해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일독을 권합니다.
"본 서평은 리앤프리 카페를 통하여 책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