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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선정에서 들리는 공부를 권하는 노래 - 겸산 홍치유 선생 권학가, 2020년 지역출판활성화 사업 선정 도서
홍치유 지음, 전병수 옮김 / 수류화개 / 2020년 10월
평점 :
이 책을 한마디로 소개하자면 1879년 생인 겸산 홍치유가 1918년에 서울에 머물면서 총 3장의 노래를 98구절로 저술한 가사 ‘영언(永言)’의 증보판을 해설과 함께 수록한 책입니다. 저자는 대체로 초학자에게 글만 읽으라고 하면 싫증을 내고 게으름을 피우기도 하지만, 노래를 부르게 하면 쉽게 떨치고 일어나 분발한다. 그러므로 옛사람은 반드시 노래로 그들을 가르쳤다고 하며, 학생들이 쉽게 학문에 접근하도록 돕기 위해서 이 가사를 만들었다고 적고 있습니다.
이 책의 구성은 가사 원문을 한자와 한글로 적고 그 아래에 각 한문 글자의 뜻과 전체적인 역주가 실려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이 책의 1장은 사람의 본성과 학문의 중요성에 대하여 24구절로, 2장은 단군부터 우리나라 역사의 중요부분을 38구절로 노래하며 마지막 제3장은 인간의 역사 이래로 가장 중요한 것이 교육임을 강조하고 교육의 방향과 중요과제를 36구절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해방 후 증보된 내용으로 2장 역사부분에서 자랑스러운 우리 민족의 역사와 인물들의 소개를 추가하고, 36년간의 험악한 역사와 일제패망과 광복된 우리나라가 나아갈 방향이 보충되었고, 3장은 교육 방향과 그에 따른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합니다.
저자는 1927년부터는 선정훈이 설립한 관선정이라는 교육기관에 교수로 초빙되어 학생들을 가리치게 되었는데, 이 가사를 활용했다고 전합니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관선정에서 들리는 공부를 권하는 노래’입니다. 선정훈은 전남 고흥에서 무역으로 큰돈을 번 부친 선영홍과 함께 1905년 속리산 기슭인 충북 보은군 장안면 개안리로 건너와 무려 16년에 걸쳐 집을 짓고, '착한 사람끼리 모여 좋은 본을 받는다'는 의미가 담긴 '관선정'을 세웠습니다. 관선정은 무료로 운영됐었는데, 당대 명망 높은 스승을 모셔다 놓고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학생에게 식사와 잠자리를 제공하며 배움의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이곳은 1944년 일제 탄압으로 철거될 때까지 일본의 식민교육에 맞서 전통 한학을 가르치면서 민족정신을 이은 배움터로 수백 명이 수학했습니다. 이곳 출신 학생 중에는 훗날 광복된 이후 구성된 정부에서 일한 사람이 수두룩하고, 유명한 한학자이며 서예가였던 임창순·변시연·나준 등도 이곳 출신이라고 합니다.
이 책은 원래 책이 아니었고 두루마리 초고로 전해지던 것을 번역하여 자세한 주석과 시각자료를 붙여서 책자로 엮고, 초본과 개정증보본의 대조표를 부록하여 시국의 변화에 따른 홍치유 선생 사유의 흐름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배려한 책입니다. 구한말과 일제 강점기의 중요한 민족 전통의 교육 사료이자 현대에도 큰 시사점을 주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는 책으로 일독을 권합니다.
"본 서평은 리앤프리 카페를 통하여 책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