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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6 - 1936-1940 결전의 날을 준비하라 (박시백의 일제강점기 역사만화) ㅣ 35년 시리즈 6
박시백 지음 / 비아북 / 202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만화의 재미와 실록의 내용을 모두 다 살린 잘 그려진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이 책을 받기 전부터 상당히 기대를 많이 했습니다. 다 읽고 난 소감은 한마디로 이번 작품도 대단히 성공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상당히 많은 내용을 만화로 요약해서 잘 그려냈습니다. 수많은 인물들과 사건들이 쏟아져 나오는 데도 지루하지 않고 일사천리로 읽어 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만화적인 재미는 조선왕조실록보다는 조금 떨어집니다. 조선왕조실록은 과장되고 유머러스한 부분들이 많이 있어서 좀 더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면 35년은 소위 ‘만화’적인 웃음기를 많이 걷어냈습니다. 그래서 상당히 묵직한 역사 교과서라는 생물 그 자체에 만화가 덧입혀진 느낌입니다. 생각건대 실록이라는 주어진 텍스트를 만화로 꾸민 작품과 지금까지 이 시대에 대한 해석이나 인물들에 대해 논란이 벌어지고, 생존자와 후손이 남아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슴 아팠던 시기를 희화화시키기는 힘들었을 것입니다.
그런 만화적 요소를 상당히 희생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여러 단체들의 독립선언서나 각종 기사나 선언(포)문과 결의문들의 전문을 싣는 등 최대한 중요한 사료들을 있는 그대로 정리하고, 객관적으로 팩트 중심으로 사건들과 인물을 서술하려한 노력이 엿보입니다. 이번 6번째 권은 1936년부터 1940년까지를 다루고 있는데, 이 시기는 일본이 만주를 차지한 것에 만족하지 않고 1937년 7월 7일 베이징 교외의 돌다리인 '루거우차오'에서 일본군과 중국군 사이에 작은 사건을 조작하고는 일방적인 공격을 개시하면서 본격적으로 중국 본토를 침공하여 중일전쟁이 발발한 시기입니다.
일본은 이후 베이징과 톈진을 점령하고 1937년 12월 중화민국의 수도 난징을 점령하여 무고한 시민 수십만을 잔인하게 살육하고 여성들을 강간하고 약탈하기에 이릅니다. 그 뒤 우한을 공략하고 광둥에서 산시에 이르는 남북 10개의 성과 주요 도시의 대부분을 점거하기에 이릅니다. 그러나 쉽게 끝날 듯했던 전쟁은 1936년 시안사건을 계기로 제2차 국공합작이 이루어져 항일통일전선이 형성되었고, 중국인들의 민족의식이 깨어남에 따라 일본에 대한 민간인들의 저항도 갈수록 세지면서 전선이 고착상태에 빠집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1936년 8월부터 1942년 5월까지 약 6년간 제7대 총독으로 재임했던 미나미 지로는 자신이 재임하는 동안 주요 정책 과제로 일본 천황의 조선 방문과 조선인들을 전쟁에 동원하겠다고 선언하고 전시 총동원 체제를 가동시키면서 일본어 상용 운동과 창씨개명 그리고 일본식 호적 제도 도입 등 내선일체, 즉 조선인의 일본인화를 표방하며 조선인의 민족말살정책을 단행합니다. 또 한국을 중일전쟁의 전진기지로 병참기지화하며 조선인들을 일제의 침략 전쟁에 동원하려는 정책이 본격적으로 진행시킵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 가장 안타까운 내용은 가혹한 통치로 인해 수많은 변절자가 나오고 수많은 독립지사들의 순국이 이어진 것보다도 빼앗긴 나라를 떠나 연해주로 이주한 수많은 동포들의 고난입니다. 스탈린은 일본에 대항하기 위해 소련에 의지 했던 수많은 동포들을 단순히 첩자로만 여기고 온갖 탄압과 유래가 없는 강주이주정책을 펴서 수많은 희생자를 냈습니다. 이들은 그동안 우리나라 역사에도 잊혀져왔는데 늦었지만 지금에라도 적극적으로 이들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5년 시리즈는 만화의 재미와 역사적 내용의 전달력을 모두 살린 정말 잘 그려진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책 본문 내용도 대단하지만 아주 상세한 해당 시기의 연표나 인명사전 그리고 다양한 사료가 담긴 권말부록도 탄탄해 보입니다. 역사 특히 현대사 부분은 논란도 많고 건드리기 힘든 부분이 많은데, 만화로 그려낼 수 있는 최고치를 그려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일본의 도발로 일본과의 관계가 악화되고 있는데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고, 일제의 본색과 치열했던 우리 선조들의 삶과 독립운동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