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랍 - 오스만 제국에서 아랍 혁명까지
유진 로건 지음, 이은정 옮김 / 까치 / 201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고대와 중세사를 보면서유럽보다 더 복잡하고 화려한 문물을 꽃피웠지만 서구 중심의 현대세계 속에서 테러, 전쟁, 극단적인 종교관 등으로 왜곡돼 전해지고 있는 아랍에 대해 균형감 있는 시각을 제공하는 책이라 하겠습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1차 자료를 토대로 그간 알려지지 않은, 역동적이고 독창적인 아랍 역사를 풀이하고 있는데요. 그 시기는 아랍이 오스만 제국의 지배를 받게 된 1516년부터 2011년 아랍 시민혁명까지에 이르는 근·현대사까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800여 페이지에 걸쳐서 펼쳐지는 이 책에서 아랍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는 시점이자 아랍이 처음 외부세력에 정복당한 시기인 1516년 무렵으로 저자는 이시기를 아랍의 ‘근대’의 시작으로 봅니다. 1516년 오스만튀르크 제국은 이집트의 맘루크 왕조를 정복하였고 이를 시작으로 아랍의 주요 영역을 모두 정복하여 오스만 제국 시대가 열립니다. 이후 나폴레옹의 이집트 침공으로 한때 프랑스 세력이 중동을 석권하기도 했고, 특히 1차 세계대전에서 오스만이 서유럽에 패배하면서 제국이 해체되고 아랍은 서유럽의 식민통치하에 들어가게 됩니다. 다만 사우디아라비아는 영국의 식민통치를 피할 수 있었다는데 이는 사우디에는 석유가 없을 것이라는 오판 덕분이었다는 웃지 못 할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이후 식민지로부터 독립을 이뤄냈지만, 식민통치의 영향 등으로 분열된 아랍 지역이 단결한 계기는 1960년대 중반 이스라엘과의 전쟁이었다고 합니다. 최신 미국산 무기로 무장한 이스라엘에게 전쟁에 패했던 아랍은 하나로 뭉쳐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강력한 무기인 석유를 활용하여 제3차 아랍·이스라엘전쟁에서 승리하게 됩니다. 이후에도 몇 차례 유가를 폭등시키는 오일파동을 일으켜 우리나라에게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하였죠.
그러나 아랍의 협력은 거기까지로, 최근까지 이어지는 수니파와 시아파의 대립과 아랍 각국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이슬람주의가 힘을 얻기 시작합니다. 이슬람주의 세력은 이란에서 혁명을 일으켜 왕정을 폐지했고, 이집트에서는 사다트 대통령을 암살했다. 걸프 전쟁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그리고 9·11테러와 같은 극단적인 테러라는 비극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최근 서유럽에 테러를 저지르는 IS집단은 이슬람주의의 변종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911 테러로 아랍과 이슬람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는데, 요즘은 또 관심이 시들해지는 듯합니다. 그러나 미국과 이라크 아프카니스탄 그리고 요즘 이란과의 갈등처럼 언제 큰 전쟁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아랍은 화약고나 다름없는 지역이고 교조적 이슬람과 테러리스트들의 산실로 알려진 지역이죠.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그런 시각은 편견이라고 하며, 이 책에서 아랍의 현재와 그 현재가 어떻게 태어났는지를 구체적 사실관계를 따져 상세하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워낙 방대한 내용이지만 이야기 식으로 재미있게 서술되어 있어서 주마간산 식으로 순식간에 읽어 내려갔습니다. 그래서 놓친 내용이 많아 다시 한 번 차분하게 도전해 보려합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아랍에 흥미를 가지고 아랍에 대해 제대로 알고 편견을 깨보고 싶은 저같은 일반인에게 꼭 적합한 아랍 역사 입문서라 생각합니다.
"본 서평은 부흥 카페 서평 이벤트(https://cafe.naver.com/booheong/196300)에 응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