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이 괴델과 함께 걸을 때 - 사고의 첨단을 찾아 떠나는 여행
짐 홀트 지음, 노태복 옮김 / 소소의책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의 첫 장의 등장인물은 역시 이 책의 제목을 장식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입니다. 1933년 미국으로 건너와 프린스턴 대학에서 머물던 아인슈타인은 논리학자였던 쿠르트 괴델을 만나게 됩니다. 27년의 나이 차이만큼이나 성격도 기호도 많이 달랐지만, 프린스턴 시절 아인슈타인이 "오로지 괴델과 함께 집으로 걸어가는 특권을 누리러 연구실에 나온다"고 할 만큼 두 사람은 서로의 지적 고립을 메워주며 단짝이 되었다고 합니다.

 

사실 이들은 수학과 물리학 이라는 전공의 차이가 있기는 했지만 한 가지 주제에서는 관심사가 일치했습니다. 바로 그것은 ‘불확실성’입니다. 불확실성은 이미 근대가 시작되면서부터 확대 되어 왔습니다. 20세기 초 수학에서의 괴델이 ‘산술을 형식화한 형식체계에서 그 체계가 무모순적인 한, 참이지만 증명할 수 없는 문장(논리식)이 적어도 하나 이상 존재한다’는 것을 입증한 불완전성의 정리로 수학으로 세계를 확실하면서 완전하게 설명하려던 수학자들의 꿈을 좌절시켰습니다. 나아가 물리학에서 ‘중력질량과 관성질량이 동등하다는 등가원리’가 핵심인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원리로 3차원인 이 세상은 시간조차도 ‘절대’가 아닌 상대적이라는 것을 입증함으로서 뉴튼과 신학의 ‘절대적’ 물리학을 신봉하던 학자들을 좌절 시켰습니다.



 

나아가 이에 그치지 않고 ‘하나를 측정하는 동안 다른 하나가 변화한다’는 양자역학에서의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실성의 원리로 측정하기 전까지는 위치 등의 물리량이 확률적으로 존재하고 측정 시에만 그 물리량이 정해진다는 것이 밝혀져 절대적인 세계란 존재하지 않고 상대적이면서 확률적인 세계만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는 아인슈타인조차도 "신은 주사위 놀음을 하지 않는다"라고 반발하게 만드는 발견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회 이론의 측면에서 경제학에서 ‘사회후생을 적절하게 측정하기 위한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사회후생함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애로우의 불가능성정리로 사실상 인위적인 사회개선이라는 것이 불가능함을 이론적으로 밝혀냈습니다.

 

이렇듯 학문의 이론적 기반이 완성된 20세기의 결론은 존 갤브레이스의 저서가 말하듯 <불확실성의 시대>라는 것입니다. 성장의 한계를 주장했던 과거의 책들은 오히려 불확실성의 시대에 자신들이 생각하는 확정적인 미래를 주장하는 모순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21세기에 들어서 성장의 한계는커녕 4차 산업혁명이 거론되는 등 인터넷 스마트폰 SNS 등과 같은 새로운 기술적 혁명과 네트워크를 배경으로 새로운 성장이 가속화되는 형국입니다.

 

이 책에는 현대 과학의 선구자라고 할 아인슈타인과 현대 수학의 거두인 괴델의 사고 만남의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수퍼컴퓨터로 '프랙털'을 찾아낸 망델브로와 미 국방 시스템 제어 프로그램의 이름이 된 '숫자의 여자 마법사' 에이다 그리고 우주의 탄생과 끝을 하나의 이론으로 아우르겠다는 기획이었으나 "물리학을 불모의 운명에 가둔 도깨비불"이 돼 버린 '끈이론'의 학자들 등 수많은 과학자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이 책은 그들의 심오한 개념을 칵테일파티용 아주 쉽게 풀어서 잡담처럼 이야기하면서 사상가들의 극적인 삶을 들여다 보여주는 책이라 온 가족이 함께 두고두고 읽기에 좋은 과학서이자 철학서라 하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