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증언 - 소설로 읽는 분단의 역사 더 생각 인문학 시리즈 10
이병수 외 지음, 통일인문학연구단 기획 / 씽크스마트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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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목처럼 역사적 사건인 ‘분단’을 다룬 ‘기억과 증언’들을 모아 놓은 책입니다. 구체적으로『태백산맥』을 비롯해서 「순이 삼촌」 등 총 16편의 소설 속의 텍스트 들을 통해 공적 역사가 미처 다 기록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전쟁의 기록에만 집중하지 않고 분단 그 자체보단 분단을 통해 실제 우리네 삶에 일어났던 ‘분단 문제’를 더 깊게 파고들며 그 고통과 상처에 주목하여 들여다보는 기획으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특히 이 책에서 분단 직후 발발한 동족상잔의 전쟁인 6.25에 대한 묘사가 눈에 띄었습니다. 6.25는 그 참혹함에서 우리 역사에서 유래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1,129일 동안 계속된 이 전쟁에서 대한민국은 국군 전사자 와 부상자 62만 명, 민간인 사망자 24만 명, 북한군에 의해 학살된 민간인 13만 명, 부상 민간인 23만 명, 북한군에 의한 피랍자 8만 5천 명 등 100만여 명의 인명 피해를 입었습니다. 우리를 도우러 온 미군은 전사한 3만 7천 명과 부상 후 고국에서 사망한 숫자까지 합쳐 5만4천여 명이 목숨을 잃었고, 참전국 전체의 전상자는 50만 명에 달합니다.

 

전쟁을 도발한 북한도 전사, 부상, 민간인 사상자 등을 합쳐 100만 명 이상의 피해를 보았고 ‘항미원조(抗美援朝)’를 외치며 북한을 도와 참전했던 중국군의 피해도 그 이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전쟁으로 1천만 명의 이산가족이 발생했지만, 무심한 세월이 흐르면서 대부분의 이산가족들은 휴전선 넘어 지척의 거리에 있는 그리운 부모형제를 만나지 못하고 저세상 사람들이 되고 말았죠.

 

나아가 또 다른 상흔으로 우리 사회 노년층과 청년층 간 세대 갈등은 한국전쟁이라는 참혹한 비극을 직접 겪은 노년층의 트라우마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도 나왔습니다. 전쟁의 참상을 두 눈으로 목격하고 가까운 사람을 인민군에게 잃은 전쟁 체험 세대에게 북한은 그저 적이다. 이들의 눈에는 북한에 전향적 시각을 갖는 청년층이나 정치인의 언행은 ‘이적행위’로 보인다고 합니다. 또 노인 세대를 관통하는 대표적 신념은 ‘결국 힘없는 사람이 당하므로 생존하려면 힘을 가져야 하고, ’빽(배경)’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이런 걱정과 불만이 심리적 트라우마로 각인되고, 젊은 세대에 대한 강고한 비판과 적대로 이어져 결국 세대 갈등으로 발현한다는 것입니다.

 

이 책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이경자의 『순이』와 『세 번째 집』, 이순원의 「잃어버린 시간」, 그리고 박완서의 「빨갱이 바이러스」에서 언급하는 38선을 통해 생겨난 수복지구 원주민들의 삶입니다. ‘잠재적 간첩’ 취급을 받으며 상호 감시체제 아래에서 고통 받던 이들은 전쟁이 끝난 지 수십 년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빨갱이’라는 꼬리표를 단 채 살아가고 있고 고통을 받는 모습이 분단의 상징과 같이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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