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에서 이기는 법
퀸투스 툴리우스 키케로 지음, 필립 프리먼 그림, 이혜경 옮김, 매일경제 정치부 해제 / 매일경제신문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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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도 알 수 있겠지만, 이 책은 요즘같은 선거철에 아주 시의적합한 책이라고 하겠습니다. 사실 이 책은 2000년도 더 지난 과거에 로마의 군인 정치가였던 퀸투스 툴리우스 키케로가 기원전 64년 로마의 집정관 후보로 출마한 자기 형인 마르쿠스 키케로를 위해 집필한 책입니다.


집필 배경을 살펴 보면, 마르쿠스 키케로가 집정관 선거에 나설 당시는 로마공화정의 절정기를 지나 조금씩 쇠퇴하던 시기였습니다. 원로원의 힘이 갈수록 세지고, 민회의 역할이 축소되면서 균형과 견제의 정치체제가 흔들렸는데, 이에 키케로는 흔들리는 공화정을 수호하기 위해 집정관 선거에 나섰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는 귀족이 아니었는데, 키케로 이전까지 귀족이 아닌 사람은 아무도 집정관이 된 적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동생 퀸투스가 보기에 형, 마르쿠스는 이상주의자에 가까운 인물이었기에 권모술수와 협잡이 판치는 선거에서 무작정 나섰다가는 당선을 장담할 수 없어 보였기에, 형에게 차근차근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 58가지를 나름 쉽게 정리한 것이 이 책입니다.

 

200여 페이지의 얇은 책자인 이 책에는 수많은 전설적인 선거에 대한 경구들이 등장하는데, 평소에 당신을 지지하는 충직한 친구들에 덧붙여 당신을 본받기를 원하는 청년들을 잘 활용하라거나 매너가 훌륭하고 항상 예절을 갖추는 사람은 종종 강경해 보일 수 있다. 당신은 남에게 아부하는 기술을 배울 필요가 있다. 일상생활에서는 부끄러운 행동이지만 공직에 출마했을 때 필수적인 행동이 바로 아부라며 정치에 필요한 필요악들이 열거되어 있습니다. 또 후보가 자기를 기억해 주는 것보다 일반 유권자를 감동시키는 것은 없다. 따라서 만난 사람들의 얼굴과 이름을 매일 떠올려 기억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는 것은 선거를 넘어 일반적인 성공을 위해서도 도움이 될 듯합니다. 이처럼 이 책은 인간의 본성에 기초한, 현실적인 조언을 모아놓았습니다.

 

또 지키기 힘들어 보여도 일단 그 자리에서 거절하지 말고, 약속을 하고 잊으라거나 애매한 일반론을 고수하라거나 상대 후보의 성추문이나 부정부패를 적절히 활용하고 카멜레온처럼 자리에 따라 자신의 모습을 바꾸고 대중 앞에 멋지고 근사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등의 술수 등도 등장합니다. 실제로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의 재선 캠프에서 선거 참모들이 함께 이 책을 돌려 읽었고 이 책의 전략들을 되새겨서 승리를 거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선거운동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당신에게 호감을 느끼도록 만드는 것인 반면에 구체적인 공약을 해서는 안 된다. 애매한 일반론만 되풀이하라는 것입니다. 요즘 정치인들의 뜬구름 잡는 소리의 기원이 나와 있네요.

 

이 책은 키케로의 글을 번역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매일경제 정치부 기자들이 해제를 통해, 누구를 선거캠프에 영입하고 어떤 직책을 맡겨야 하는지, 지역구 내 단체·언론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고액 후원자가 왜 필요한지 그리고 지역구민을 어떤 자세로 대해야 하는지 등 한국 정치인에게 필요한 전략 17가지를 별도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선거철에 더욱 뜻 깊은 책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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