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대중의 탄생 - 흩어진 개인은 어떻게 대중이라는 권력이 되었는가
군터 게바우어.스벤 뤼커 지음, 염정용 옮김 / 21세기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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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기에 접어들면서 시대의 중심은 대중에서 개인으로 옮겨 갔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미디어 등 모든 분야에서 대중은 종적을 감추고 미디어 및 스포츠계 유명인이나 인플루언서가 앞 다퉈 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옷이나 영화, 음식 등 모든 기호는 개인의 취향으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상식이 됐습니다. 이처럼 21세기는 개인주의의 시대라고 불립니다. 또 전통적 가족이 해체되고, 파편화된 사회에서 대중이란 개념은 해묵은 잔재처럼 느껴지기도 하죠.

 

정말 대중은 사라지고 개인만이 남은 것일까요. 혹은 대중이란 말이 힘을 잃은 시대가 도래한 것일까요. 이러한 의문에 대해서 독일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들은 그렇지 않다도 단언합니다. 예를 들어 프랑스 혁명 때도 베를린 장벽 붕괴 때도 대중이 있었고, 지금도 여전히 정치와 문화 영역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죠. 다만 앞선 대중과는 다른 ‘새로운 대중’이 등장했고, 이들은 분노와 파괴력으로 역사의 변화를 이끌어내던 과거의 대중과 달리 문화와 정치, 팝과 스포츠, 소비 분야 곳곳에 퍼져서 항의하고, 열광하고, 즐기는 대중으로 존재한다고 주장합니다.

 

21세기의 현상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또 하나의 무대가 되어 대중의 참여를 독려하게고 있는데, 사람들은 24시간 인터넷 연결을 유지하려 노력하면서 유행에 뒤처지진 않을까 정보를 끊임없이 수용하고 전파합니다. 이들은 ‘좋아요’로 의사표시를 하면서도 소통은 하지 않고 취향이나 정치적 이념에 따라 다원화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해요.

 

이렇게 대중이라는 덩어리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 숫자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늘었습니다. 우리나라를 봐도 2016년 말 촛불집회가 열리던 광화문광장에는 분절화 된 이념과 취향의 공동체들이 저마다의 깃발을 들고 나타났고, 방탄소년단(BTS)의 팬덤 ‘아미’는 국가도 정치관도 다른 ‘개별 대중’으로 존재하며 BTS를 응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듯 인터넷이란 새로운 네트워크가 전통적인 대중의 경직성과 다른 느슨하고 개방적인 형태의 대중을 만들어냈고, 새로운 대중의 탄생은 1950, 60년대 청년문화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디지털미디어의 발달로 갈수록 진화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대중의 특징은 전통적인 대중보다 더 즉흥적으로 행동하고 민첩하게 실행한다는 점으로 그 수도 더 빠르게 늘어날 수 있고, 동시에 여러 곳에 나타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매한 대중이라는 말이 있듯이 과거 철학자들이 지적한 대중에 대한 우려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에 대해 저자들은 새로운 대중과 무슬림에 무차별적으로 반대하는 등의 퇴행적인 포퓰리즘적 대중을 구분합니다. 기득권과 소외계층, 보수와 진보, 노선 추종자와 이탈자 등 서로 대립관계에 있는 ‘이중 대중’들도 살펴봅니다. 이 둘은 서로 영향을 미치고 세력을 강화하고 정치적으로는 편가르기로 작동하면서 누가 우리 편인지 선긋기를 강요합니다. 저자는 포퓰리즘은 자신이 대변한다고 사칭하는 ‘국민’을 이중 대중의 일부라고 생각한다며, 국민을 서로 경쟁하고 적대시하는 두 집단으로 바꿔놓는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저자들은 이 책의 말미에 자신이 어느 편에 가담하는지는 어떤 인터넷 사이트를 방문하는 지에서 알아볼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한마디로 자신이 접속하는 사이트가 자신의 성향을 드러낸다는 것이죠. 이러한 저자들의 분석은 우리가 관심 있는 사이트에 접속하고 거기서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을 만나서 교류하는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 책은 촛불혁명 등 대중민주주의를 선도한다고 볼 수 있는 우리 국민들에게 상당한 시사점을 던져줄 책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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