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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산책 - 이탈리아 문학가와 함께 걷는 ㅣ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가와시마 히데아키 지음, 김효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9년 12월
평점 :
이 책은 1927년부터 출간된 정평이 있는 일본의 이와나미문고의 시리즈 중 하나로 일본의 이탈리아 문학 전공 교수가 로마에 대해서 정리한 책입니다. 그런데 정리하는 방식이 딱딱한 설명 방식이 아니라 저자가 로마의 유적지를 돌아보며 과거와 현재를 이야기 하는 에세이 방식을 취하고 있어 로마에 대해서 쉽고 재미있게 읽고 배울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이탈리아라 하면 가장 먼저 로마가 떠오릅니다. 기원전부터 형성된 도시국가인 로마가 전유럽과 아프리카 중동지역까지 영향을 미친 ‘로마시대’가 전 유럽의 기원이 되었고 현재에도 이탈리아의 수도이자 가장 크고 유물이 많은 도시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로마제국 당시 로마는 다른 어느 지역보다 발전되고 수십 만 명이 살았던 대도시였고, 살기 좋은 곳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이 책의 앞부분에서 태고에는 신역(神域)이었던 캄피돌리오 언덕에 서서 로마를 내려다보며 로마는 경이와 매혹이 가득한 도시라고 칭합니다. 그리고 소용돌이치며 지나가는 고대와 근대의 바람이 뼛속 깊이 느끼면서 로마의 세부적인 아름다움에 이끌리기 전에 켜켜이 쌓인 시대 전체를 바라볼 것을 권합니다.
크게 아홉 개의 부분으로 나누어진 이 책은 로마의 각 장소에서 로마에 머물던 경험과 풍부한 지식, 교양을 통해서 로마의 역사와 현재를 담아 우리를 생생한 로마의 거리로 안내합니다. 밀비오 다리를 건너면서는 전투에 패배하고 끝내 강물에 휩쓸려 목숨을 잃은 막센티우스 황제의 고사(312년)가 떠올리며, 그 후 콘스탄티누스 황제는 그리스도교를 공인한 사실을 이야기합니다. 또 밀비오 다리를 건넌 로랭, 푸생, 괴테, 스탕달, 안데르센 등 많은 여행자들이 일직선으로 뻗은 플라미니아 가도(지금의 플라미니아 거리)를 통해 성문(지금의 포폴로 성문)을 통해서 ‘영원의 도시’로 입성했다고 전합니다.
약 2,000년에 걸쳐 로마의 역사를 수호하는 중대한 구실을 한 아우렐리아누스 황제의 성벽 앞에서는 성벽과 성벽 안쪽의 거리와 광장에서 흘린 수많은 이들이 피를 떠올립니다. 이처럼 저자는 로마의 곳곳의 거리를 걷다 보면 저도 모르게 되살아나는 역사의 기억과 함께 포석 사이에 스며있는 피의 흔적을 떠올리게 된다고 합니다. 이 책은 로마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거리마다 담긴 흥미롭고 오랜 이야기를 들려주는 든든한 로마 여행 동반자가 되어줄 뿐 아니라 요즘 쏟아지는 어느 여행 가이드에 못지않은 좋은 로마 역사 여행 가이드가 될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