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세 하루 한마디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무노 다케지 지음, 김진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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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에 대해서 관심이 생겨서 알아보았습니다아쉽게도 신문기사에는 2016년 태평양전쟁을 종군 취재한 뒤 평화운동에 헌신한 무노 다케지 전 아사히신문 기자가 향년 101세로 별세했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1915년생인 저자는 도쿄외국어대를 졸업한 뒤 호치(報知)신문을 거쳐 1940년 아사히신문에 입사했습니다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종군기자로 활동했었는데태평양전쟁 당시 중국인도네시아에서 종군기자로 활약하며 전쟁의 참상을 목격했다고 합니다패전 후 당시 아사히신문이 정부의 선동을 앞장서 전파한 것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전쟁에 가담한 신문사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며 패전과 동시에 사표를 냈습니다그는 이후 패배한 전쟁을 이겼다고 계속 이야기하고 거짓말만 썼다고 반성하기도 했습니다.

 

저자는 이후 고향인 아키타(秋田)로 돌아가 다이마쓰(횃불)’라는 신문을 창간해 반전·평화·농촌·교육 등을 주제로 30년간 평론을 썼고 1978년부터는 다이마쓰를 휴간한 뒤 강연과 집필 활동을 지속했습니다그리고 70년 동안 일관되게 반전평화 메시지를 일본 사회에 전하기 위해 노력했는데특히 2015년 아베 신조 정권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뼈대로 안보법을 개정하려 할 때는 100세의 나이에도 기자회견 등을 통해 앞장서 비판의 목소리를 내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는 일본이 한국과 중국에 대한 배상 문제를 매듭짓지 않았다고 크게 지적해왔으며아베 신조 정권의 안보법 개정 움직임에도 앞장서서 비판해왔습니다. 2016년 101세로 별세하기 6일 전에도 호헌집회에 참여하는 등 평생 일본 사회에 반전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노력했던 대단한 저널리스트이기도 합니다.

 

올 5월 헌법기념일에 휠체어를 탄 채 호헌 집회에 참석했던 그는 꼴사나운 전쟁을 하고 남은 것이 (군대 보유와 무력행사를 금지한헌법 9조다지금의 헌법이 있어서 (종전 후) 71년 동안 일본인 아무도 전사하지 않았고 타 국민을 죽이지도 않았다길은 틀리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그는 이 연설을 마지막으로 6일 후 폐렴으로 입원해 치료를 받다가 노환으로 눈을 감았다장례식은 유족 뜻에 따라 친지와 가족만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치러진다.

 

저자는 이 책에서 많은 인생과 사회 그리고 역사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그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구절을 하나 꼽는다면 희로애락그 하나하나를 마음껏 발휘하라이것들은 모두 생명을 길러내는 신호이다갓난아기의 첫 울음소리는 희로애락의 첫 번째 소리다화내지 않는 사람은 도망친다생명력이 넘치기 때문에 화내는 것이다나는 화내지 못하는 친구는 곁에 두지 않는다는 글입니다.

 

그리고 평범하고 보통이며 당연해 보이는 것이야말로 세상을 제대로 돌아가게 하는 핵심이다평범한 사람들이 평범한 방법으로 저마다 자신의 삶을 경작한다그러면 비범한 기쁨이 솟아난다는 글도 기억에 남습니다특히 언어와 관련된 업무를 장기간 하였는데 의아한 것이 있다일본어도 그렇고 외국어도 그렇고 사람을 실제보다 나쁘게 매도하고 폄하하는 표현이 실로 풍작이다반면 인간의 존재 자체를 긍정하고 위로하고 격려하는 표현은 흉작이다다 함께 노력해서 모두의 기쁨을 창출하는 것을 계속 게을리하고 있다그래서 모두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슬픔을 한 명 한 명이 모두 짊어지고 있다는 글에서 서로 싸우는 세상에 대한 저자의 아쉬움이 묻어나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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