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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웨폰 - 핵보다 파괴적인 사이버 무기와 미국의 새로운 전쟁
데이비드 생어 지음, 정혜윤 옮김 / 미래의창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얼마 전 북한으로 추정되는 해커집단에 의해서 사이버 공격을 받은 바 있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거의 모든 네트워크가 상호 연결되어 언제 어느 시점에 해커 공격에 의해서 공격당할 지 우려가 됩니다. 이러한 우려는 미국의 중국 세계적인 통신장비 제작사이자 IT그룹인 하웨이에 대한 배격의 근거가 되기도 하죠. 그렇지만 일반인들로서는 그 깊은 내막을 알기 어렵습니다. 2017년 국제보도 등을 포함해서 세 차례 퓰리처상을 수상한 생어가 이번에 사이버 공격에 대한 신작을 냈다고 해서 기대를 가지고 책을 펴서 읽었습니다.
이 책에는 북한의 사례가 상당히 많은 부분을 차지해서 더욱 흥미진진하면서 실감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저자는 “김정은을 어릿광대로 희화화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는 자신의 아버지, 할아버지와는 달리 한 분야를 집중적으로 개발하는 데 탁월한 기량을 보였다”고 평가합니다. 구체적으로 김정은의 지시로 북한은 6000명 이상으로 구성된 해커 군단을 양성했고 공격력을 키웠다고 합니다. 악성코드를 삽입할 ‘공격 표적’을 찾을 수 없어 반격이 어렵기 때문에 세상과 단절돼 있어 컴퓨터 네트워크가 부재한 북한의 약점은 사이버 전쟁에 있어서는 오히려 강점이 됐다는 것입니다.
소니픽처스가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암살을 소재로 제작한 풍자 코미디 영화 ‘더 인터뷰(The Interview)’의 개봉을 앞두고 피싱 이메일을 뿌린 해커들은 관리자 권한을 얻어 소니의 네트워크 시스템을 해킹해서 미국 할리우드 유명 인사와 임직원의 신상이 털렸고, 개봉 준비 중인 영화에 관한 정보도 공개됐고, 컴퓨터 기능이 마비된 소니는 수백 억 원의 손실을 봤다고 합니다.
저자는 이렇게 북한이 소니를 해킹한 것을 ‘망상과 가난에 빠진 나라의 예민한 지배자가 코미디 영화에 과민반응을 일으켜 충동적으로 저지른 화풀이’라고 치부할 게 아니라 “새로운 표적은 민간 영역이 될 수 있고 공격에 따른 피해는 무한대로 커질지 모른다”고 경고합니다. 저자는 북한은 부조리하고 전근대적인 나라면서도 고도로 발달된 측면이 있음에도 사람들은 그들의 사이버 공격 능력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지적합니다. 한 마디로 후진적이고 고립된 나라가 과연 이런 능력을 지닐 수 있을지 의구심을 품는다는 것이죠. 저자는 그렇다면 그처럼 후진적이고 고립된 나라가 핵무기 제조 능력은 대체 어떻게 가질 수 있었을까?라고 반문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이 책에는 미국 대선캠프 이메일 유출, 이란의 핵무기시설 교란, 미국의 북한 미사일 발사 방해 그리고 러시아에 의한 우크라이나 대정전, 그리고 최근 화두가 되는 화웨이발 신(新)냉전과 중국의 해킹부대인 61398부대, 이터널 블루, 워너크라이, 페이스북 가짜뉴스와 푸틴의 댓글부대 등 수많은 사이버전쟁과 그 무기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결론적으로 이 책을 통해서 사이버 무기가 핵 이상으로 파괴적이라고 강조합니다. 사이버 무기는 나라의 기간산업을 무너뜨리고, 사회 불신과 갈등을 조장하는 용도로 쓸 수 있고, 또 사이버 전쟁에서 기존 강대국과 약소국의 구분은 무의미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미국인인 저자는 미국은 중국과 이란, 북한과 러시아 등이 벌이는 사이버 전쟁 소용돌이 속에서 희생자가 되고 있다고 경고하는 것으로 마무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