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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에도 심장이 있다면 - 법정에서 내가 깨달은 것들
박영화 지음 / 행성B(행성비) / 2019년 8월
평점 :
요즘 법조비리나 유착에 대한 말이 많이 나옵니다. 그럴 때마다 과연 그들은 어떠한 생활을 하는지 궁금해집니다. 이 책은 서울 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를 마지막으로 16년간의 판사 생활을 마치고 현재 법무법인 충정 대표변호사로 일하는 저자가 판사와 변호사로 32년간 법조계에 몸담아온 저자가 법정에서 깨달은 것들을 정리한 책으로 그러한 궁금증에 어느 정도 대답을 주는 책입니다.
저자는 16년을 판사로, 16년을 변호사로 평생을 법조인으로 살아오면서 저자가 법정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과 사건을 사례로 들면서 진정한 법과 정의가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판사와 변호사의 실제 삶과 법정에서 펼쳐지는 또 다른 세상을 생생히 마주하게 되고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그동안 잘 몰랐거나 오해한 법의 적용과 재판 그리고 집행의 과정들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은 1장 법봉의 무게로부터 시작해서 양날의 검을 경계하라, 디케의 눈물, 사람가까이, 법에서 만난 세상 그리고 정의의 맛 등 모두 6장으로 구성되어, 저자가 법정에서 만난 사람과 사건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잔잔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모든 사람에게 천편일률적으로 행해지는 기계적인 법 적용이 진정 정의로운가를 이처럼 풍자한 영국의 경제학자이자 역사가인 리처드 토니의 “법은 정의롭다. 그것은 빵을 훔친 죄로 부자와 가난뱅이를 평등하게 처벌한다.”를 인용한 부분이 인상적입니다.
저자는 빵을 훔치는 것은 죄가 분명하지만 굶어죽는 가족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남의 빵을 훔친 사람과, 더 배불리 먹거나 재산을 늘리려고 빵을 훔친 사람에게 똑같은 형을 선고하는 것이 과연 정의일까에 대해선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합니다. 물론 법 적용에 진정한 의미의 공정성을 담아 정의로운 판결을 내리기 위해서법은 양형을 통해 재판에서 인간적으로 판단할 여지를 두었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죠.
이러한 오랜 경험과 성찰 그리고 자기반성을 통해서 저자는 법조인인데도 저자는 법이 만능일 수 없으며 소송은 최후의 선택이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꼭 필요할 때만 법을 선택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법은 필요하지만 법이 최선인 사회는 희망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제목 그대로 법은 정의롭기만 해선 안 되고 따뜻한 심장으로 사람을 보듬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결론입니다. 현직 법조인의 입을 통해서 법조인의 현실과 생활에 대해서 알아볼 수 있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