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어떻게 생각을 시작하는가 - 이응준 작가수첩
이응준 지음 / 파람북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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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한 글을 쓰면서 가장 먼저 적어야겠다고 생각해서 표시해 놓은 구절이 있습니다저자는 크게 다섯 부분으로 작게는 수많은 쪽글 들로 나누어진 이 책의 이것」 이라는 제목의 글 속에 저자는 소설가로서 자신의 신념을 이야기합니다인간은 전체가 아니라 개별적 인간이며 개별적 인간이 되어야 인간이며자신은 그러한 한 사람 한 사람을 만나 그를 대신하여 그가 못하고 못다 한 이야기를 세상에 들려주다가 죽을 것이라고 선언합니다나아가 이것이 소설가로서의 자유이자인간으로서의 자유이이고 가장 지독한 모더니스트인 나의 완전한 리얼리즘이라 단언하면서 말이죠.

 

솔직히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저자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습니다치열하게 자신을 베어내는 저자의 글들을 읽어나가면서 지금까지의 저자의 경력이 궁금해져서 살펴보았습니다저자는 시로 등단한 이후 시집 나무들이 그 숲을 거부했다낙타와의 장거리 경주애인』 등을 펴냈고소설집 달의 뒤편으로 가는 자전거 여행내 여자친구의 장례식밤의 첼로장편소설 느릅나무 아래 숨긴 천국국가의 사생활』 등을 통해서 소설가로 활약했습니다.

 

나아가 논픽션 시리즈 미리 쓰는 통일 대한민국에 대한 어두운 회고』 등을 통해서 정치사회문화 비평도 하고 있습니다뿐만 아니라 장편소설 내 연애의 모든 것은 동명의 드라마로 제작됐으며직접 각본과 감독을 맡은 영화 <Lemon Tree>는 뉴욕아시안아메리칸국제영화제’ 단편경쟁부분, ‘파리국제단편영화제’ 국제경쟁부분에 초청받기도 했고 산문집 영혼의 무기를 출간했습니다이처럼 저자는 경계 없는 그의 창작 활동을 통해서 어느 한 시기어느 한 영역에 머무르기를 거부해왔습니다.

 

이 책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작가인 저자의 '생각 수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저자는 아이러니하게도 만약내가 처음 작가가 되었던 스무 살 그 무렵에 철없이 밝게만 생각했던 것처럼 아직도 이 시대가 문학과 문학인의 말을 귀 기울여 들어주는 세상이었다면내가 이렇게까지 지독하게 무언가를 기록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고 하며한낱 이야기꾼이 되고 싶어서 소설가가 된 게 아니라고 단언합니다

 

특히 글을 쓰기 어려워하는 이에게 작가는 모든 것이 이미 우리 안에 있으며바깥이 아니라 우리 자신 안에서 끄집어내라고 조언합니다즉 자신의 가장 가까운 곳인 자신과 자신의 주변에서 글감을 찾으라는 일종의 메모랜덤Memorandum으로 그것만이 이 세계에 대해 연기하고 저술할 수 있는 영혼이 죽지 않은 각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이처럼 경계를 짓지 않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문단 아웃사이더를 표방해 온 작가가 자신의 마음을 담은 글쓰기 수첩이 바로 이 책입니다저자는 작가의 꿈을 가진 학생들에게작가가 되고 싶었으나 작가가 되지 못한 사람들 가운데는 읽는 것을 쓰는 것으로부터의 도피처로 삼은 이가 많다고 하며천만 번 사랑을 논하는 것보다 한 번 사랑을 하는 게 훨씬 나으니 읽기보다 오히려 많이 써보기를 권합니다작가가 하는 글쓰기에 대한 고민을 통해서 글쓰기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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