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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사회 2.0 - 분권화 트렌드와 미래 한국
이근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7월
평점 :
이 책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세계경제포럼(WEF)이 2019년에 제시한 '세계화 4.0'가 끼칠 한국사회의 변화를 다루는 책입니다. 최초의 세계화(세계화 1.0)를 촉발시킨 건 기후변화로 7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는 생존을 위해 아프리카를 탈출하면서 첫 번째 세계화가 진행되었다고 합니다. 1만 년 전에는 농업혁명으로 세계화는 2.0 시대에 돌입했는데, 농업 덕분에 이동하지 않고도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게 됐고 이에 따라 각지에서 문명이 번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세계화 3.0의 물꼬를 튼 건 18세기 증기기관으로 먼 곳까지 쉽고 싸게 물건을 운송할 수 있게 되어, 무역이 활발해지고 생산과 소비 지역으로 또 세계는 잘 나가는 자본주의 1세계와, 이에 대항하는 2세계와 저개발 3세계로 분리되기 시작했습니다. 세계화 4.0은 현대의 세계화입니다. 기술 발전으로 세계 어디서든 공정의 표준화가 가능해져서 완제품과 부품 공장이 한 곳에 있을 필요가 없게 되어 생산 자체가 분리되었습니다. 모든 것이 디지털화하는 4차 산업 혁명에서는 사람과 노동도 분리가 됩니다.
저자들은 이러한 세계화 4.0의 4차 산업 혁명으로 시작된 새로운 기술이 만드는 미래의 기본 모습인 ‘디지털 2.0’(저자들은 1990년대 이후 디지털 기술과 인터넷이 출현시킨 사회변화를 디지털 1.0이라고 부릅니다.) 시대의 가장 큰 특징은 디지털 권력이 한곳으로 쏠리지 않고, 그 책임과 권한이 배분되어 ‘개별 인간이 좀 더 중시되는 분권화’가 이뤄진다는 점이라고 합니다. 분산된 자율조직을 도입한 블록체인의 등장으로 개인 간 수평적·민주적 네트워크가 중앙집권화한 기존 플랫폼을 대체할 가능성이 열리게 되었고, 디지털 혁신으로 등장한 모바일과 공유경제는 규모의 경제를 약화시켰습니다.
또 인공지능을 이용해 개인의 특성과 기호에 맞는 상품 및 서비스를 디자인한 뒤 모바일과 3차원(3D) 프린터 등으로 공급하는 ‘대량 맞춤’이 가능해졌을 뿐만 아니라 의료, 교육 서비스 등 사회 인프라 전반에서 이런 ‘분권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처럼 디지털 2.0의 신기술들은 인간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인간의 지적·물리적 능력을 보완해 인간이 좀 더 포용적인 시스템에서 살게 해줄 것이라고 저자들은 전망합니다.
그러나 분권화 추세가 얼마나 지배적일지는 불확실하고 구글, 페이스북 등 소수 플랫폼 독점 기업들이 강력한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처럼 새로운 지배와 중앙집권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저자들은 “디지털 분권화 현상이 기존 디지털 권력의 지배 메커니즘을 완전히 대체하지 못한 채 이를 감시하는 역할로 균형을 이루며 공존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이 책은 한국 사회가 지향해야 할 디지털 사회 비전을 정치·기업·노동·금융·교육·헬스·도시 등 7가지 영역으로 나누어서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또 저자들은 단기적이고 직접적인 문제 해결책을 제시하는 대신 장기적 비전과 실현 과정, 각종 디지털 인프라 구축 등 분권화 트렌드가 실현될 수 있는 미래의 청사진을 그려서 보여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