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 - 세기의 핵담판 쿠바 미사일 위기의 13일 마이클 돕스의 냉전 3부작
마이클 돕스 지음, 박수민 옮김 / 모던아카이브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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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는 역사적으로 또 정치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사건입니다그리고 로버트 케네디 등 수많은 사람들이 이 사건에 대해서 책을 쓰고 각자의 논리를 펴왔습니다이 책은워싱턴포스트〉 베테랑 기자 출신의 미국 논픽션 작가인 저자가 <1945>에 이은 냉전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으로 최근 기밀이 풀린 자료들을 비롯해서 최신 연구 성과가 담긴, 640여 페이지에 달하는 대단한 책입니다.

 

여기서 쿠바 미사일 위기는 1962년 1016일부터 1028일까지 13일간 소련이 쿠바에 핵미사일을 배치한 것을 둘러싸고 미국과 핵전쟁 직전까지 치달았던 상황을 말합니다사실 이 사건은 대표적인 의사결정 사례로 거론되기도 하고드라마적인 요소가 있어서 소설이나 영화의 소재로도 많이 쓰였습니다제 경우 미국과 쿠바 간의 일촉즉발의 위기를 그려낸 2000년에 개봉한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Thirteen Days’라는 영화를 흥미진진하게 본 경험이 있습니다.

 

그 내용은 소련의 쿠바 내 핵미사일 기지 건설에 대해 보고받은 존 케네디 미국 대통령이 긴급안보회의를 소집하고 해상봉쇄를 결정했음에도 핵무기를 탑재한 것으로 추정되는 소련 선박이 쿠바에 접근하여 3차 세계대전 발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와중에 미국은 쿠바를 침공하지 않고 소련은 미사일 기지를 폐쇄하기로 한 극적인 합의가 이뤄진 것입니다그리고 이러한 합의는 56년이 지난 현재에도 지켜지고 있습니다.

 

저자는 당시 미국과 소련의 대치 상황 속에서 카스트로는 초강대국 틈새에서 조국이 산산조각 날 핵전쟁의 두려움에 앞서 국민적 존엄의 추락과 이에 따른 권력의 생존이 걱정되었기 때문에쿠바 위기를 끝낼 소련의 핵무기 철수 결정에 환영하기는커녕 반발했다고 합니다경제에 무능했던 혁명기의 풍운아이자 당시의 산업부 장관인 체 게바라는 사회주의 이론에 교조적으로 집착하며 외세의 침략 위협을 통해서 정권에 대한 대중의 불만을 억눌렀습니다이러한 전략이 통해서 망해가는 경제 속에 이념을 둘러싼 실망과 분열이 애국주의에 묻혔다고 지적합니다.

 

또 저자에 따르면 쿠바 위기가 벼랑 끝에서 종식된 것은 양 대국 지도자가 전쟁을 목격한 세대였다는 점이 한몫했다고 합니다현대사의 전환점이 될 뻔한 위기상황에서 적대적 국가 지도자는 각기 권한의 한계를 인식하는 등 묵시적 공감대로 사태 해결에 기여했다는 뜻이죠그런 맥락에서 반세기 전 국가 차원의 극단적 스트레스’ 상황에서 케네디흐루쇼프카스트로 3인의 각인각색 대처 방식은 오늘날 일본의 일방적인 무역보복이나 북핵 등으로 극한 대치로 치닫는 격동의 대한민국 외교에도 상당한 시사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봅니다.

 

특히 저자는 위기상황을 부추기는 측근들의 조언이나 정보와 의사소통의 왜곡 그리고 국민의 높은 기대치 등등이 얽히고설킨 상황에서 최종적으로 결정적 오판을 막을 의무와 권한은 리더에게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그렇지만 행동에 큰 제약이 없는 최강대국인 미국에 비해서 주변 강대국들 사이에서 그 운신의 폭이 작을 수 밖에 없는 우리나라에게 어떠한 선택지가 있는지 조금 답답하기도 합니다방대한 내용의 책이지만 저널리스트 다운 술술 풀리는 서술로 재미나게 읽어 나갈 수 있었습니다요즘 외교 상황에 빗대어 시사점을 많이 주는 좋은 책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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