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암평전
간호윤 지음 / 소명출판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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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 박지원(燕巖 朴趾源, 1737~1805년)은 조선 후기에 새로운 시대 사상으로 등장한 실학 사상의 한 조류이자, 홍대용ㆍ박제가 등과 함께 청나라의 문물을 받아들이고 배워야 한다는 북학 사상을 배태시키고 북학 운동을 시작한 북학파의 영수입니다. 북학파는 18세기 이후 청나라의 새로운 시대 학문인 고증학과 기술 문명을 배우자고 주장한 학파로서 이용후생(利用厚生)의 실학을 강조하였으며, 연행사에 수행원으로 따라갔던 집권층의 젊은이들을 선도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자유롭고 재치있는 문체로 당시의 사회상을 포착한 허생전과 양반전등 당대 사회를 풍자한 소설과 서 청나라의 문물과 생활 기술 전반을 자세히 살피고 쓴 기행문 열하일기 등에서 특히 자유롭고 재치있는 문체로 당시의 사회상을 포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그의 저술들의 인기와 그 문체로 인해서 그는 문체반정 때 정조에게 문체를 타락시켰다는 지적을 받아 반성할 것을 명령받는 등 정조의 문체반정의 핵심 대상이기도 했습니다.

 

국문학자로 연암에 대해 연구해온 저자는 연암과 동시대를 산 동료 학자 및 가족, 후손, 그리고 연암 자신 등 11명의 필자가 자신만의 시각으로 연암의 다양한 면모를 이야기하는 형태의 독특한 평전인 이 책을 펴냈습니다. 조선 후기 대표적인 실학자, 또는 당대의 시대정신을 해학적으로 비판한 인물로만 바라볼 때 놓칠 수 있는 연암의 입체적인 얼굴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크게 네 개의 부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1부에서는 그의 정적인 유한준, 그가 모신 왕 정조, 그의 큰아들 박규수의 입으로 연암의 문장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2부에서는 연암이 종에게 들려주는 ‘마장전’ 이야기나와 “그이는 나 이외의 여인을 본 적이 없다”고 단언하는 그의 아내의 이야기, 그리고 “연암이 개와 기러기, 까마귀도 귀하게 대할 정도로 심성이 따뜻했다”고 그리워하는 둘째 아들 박종채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3부에서는 박지원의 학문에 대해 살펴보는데, 그의 처남 이재성과 제자였던 백동수 그리고 그의 벗 유언호가 박지원에게 건넨 말들에서 연암이 바라보는 백성과 정치, 학문에 대한 생각을 살펴 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의 마지막 제4부에서는 연암 자신과 이 책의 저자인 간호윤이 평한 연암의 이야기입니다. 박지원은 스스로를 삼류 선비라고 칭할 만큼 겸손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그 까닭을 백성을 이롭게 하는 선비가 되는 데에는 주저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선언합니다.

 

연암 박지원에 대한 책은 많지만, 이 책처럼 연암 주변 사람들의 목소리를 통해서 연암에 대해서 알려주는 책은 잘 못 본 듯합니다. 조선이 인간다운 세상이기를 바랬던 연암에 대해서 더 잘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인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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