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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와 겐지 단편선 - 영혼을 깨우는 이야기
미야자와 겐지 지음, 김미숙.이은숙 옮김 / 하다(HadA) / 2019년 4월
평점 :
이 책은 세계적인 아동문학 거장인 미야자와 겐지의 대표적인 단편인 은하철도의 밤, 돌배, 요다카의 별, 바람의 아들 마타사부로, 첼리스트 고슈, 고양이 사무소의 여섯 개의 소설을 수록한 단편 소설집입니다. 그는 여기 실린 단편들과 같은 재미있는 이야기들로 주위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했고 세상이 행복해지는 데에 도움을 주고자 했다고 합니다. 이 책의 소설들은 미야자와 겐지가 쓴 감동적인 이야기들의 정수 담긴 작품들이라고 하겠습니다.
특히 이 중에서 “힘차게 달려라 은하철도 구구구”라는 후렴을 듣기만 해도 영상이 떠오르는 유명한 <은하철도999>라는 애니메이션의 원작 만화를 그린 만화가 마쓰모토 레이지가 이 소설을 읽고 영감을 얻어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해서 유명해진 작품인 <은하철도의 밤>이 가장 먼저 실려 있기도 하지만, 또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소설은 교실에서 선생님이 은하수란 무엇인지 설명하는 장면으로부터 시작합니다. 하눌타리 열매의 속을 파내고 그 안에 등불을 넣어 강에 띄우는 놀이를 하는 ‘은하 축제의 날’에 놀 일을 생각하는 친구들과 달리 가난한 조반니는 인쇄소에서 일해야 했는데, 몇 푼 번 돈으로 빵과 설탕을 사서 집으로 돌아옵니다. 집에서는 병든 엄마는 돌아오지 않는 아빠를 기다릴 뿐입니다.
수줍은 성격에 학교에서도 왕따를 당한 조반니가 외로이 언덕에 올라 밤하늘을 바라보는 그때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언덕 풀밭에 쓰러져 잠시 쉬고 있는데, 뒤쪽에서 “은하정거장, 은하정거장” 소리가 들리고 갑자기 수억 마리의 반딧불이가 날아오듯 밝아졌다가 정신을 차리니 조반니는 어느새 기차 안에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왕따를 당하는 주인공 조반니에게는 곁을 지켜주는 친구 캄파넬라가 있었는데, 기차 안에서 물에 흠뻑 젖은 모습으로 새까만 윗도리를 입은 친구 캄파넬라가 죽어 있는 모습을 발견합니다.
캄파넬라는 은하철도 안에서 엄마가 날 용서해 주실까?라고 하며 계속 엄마를 걱정합니다. 그리고 누구라도 정말로 좋은 일을 하면 가장 행복한 거지. 그러니까 엄마는 나를 용서해 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자문자답을 합니다. 왜 캄파넬라가 엄마에게 미안해하는지, 왜 좋은 일을 했다고 생각하는지, 작품을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끝까지 읽고 나면 캄파넬라가 강물에 빠진 친구를 구하고 죽은 뒤의 꿈이야기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결국 이 소설에서는 인간의 행복이 무엇인지 계속해서 몇 번이고 반복해서 묻고 있습니다. 조반니가 눈을 떴을 때 모든 게 꿈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마을에 내려왔을 때 친구 캄파넬라가 축제 때 강물에 빠진 친구를 구하려다 목숨을 잃었다는 말을 듣습니다. 꿈속에서 만난 캄파넬라는 실제로 이미 죽어서 지금 저 은하 끝 하늘나라로 사라졌고 자신은 어디든지 갈 수 있는 차표 덕에 다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을 깨닫게 되죠.
이외에도 이 책에는 개울 바닥에서 개울 천장을 바라보며 알쏭달쏭한 이야기를 나누는 아빠 게와 두 마리의 아들 게의 이야기인 <돌배>와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새 요다카가 먼 우주의 별로 떠나기 위해 간절하게 날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요다카의 별>, 밤이면 밤마다 동물들이 첼리스트 주인공을 찾아와 함께 연주를 하는 저자 특유의 환성적인 느낌이 두드러지는 <첼리스트 고슈> 그리고 고양이들 간의 귀여운 알력 다툼을 엿볼 수 있는 <고양이 사무소>등이 실려 있습니다. 환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우리 영혼을 흔드는 세계적인 동화작가의 필독 소설들을 꼭 한 번 읽어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