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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나쓰메 소세키 지음, 김정오 옮김 / 하다(HadA) / 2019년 5월
평점 :
워낙 유명한 이 소설은 일본의 국민 작가로 불리고 있는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으로 일본이 근대화를 내세웠던 메이지 시대의 다양한 인간 군상을 그린 소설로 사회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는 ‘학교’를 배경으로 일본의 근대 지식인으로서 고뇌하며 살았던 저자의 인생관이 고스란히 배어 있습니다.
도련님이라는 애칭을 갖고 있는 이 소설 속 주인공은 중학교에서 수학 선생님으로 사회생활의 시작하게 됩니다. "발바닥이 가려울 정도"로 긴장되는 첫 수업을 마쳤지만, 초짜 선생님을 향한 계속되는 학생들의 장난에 무방비 상태로 내몰리는 상황은 주인공은 썩 유쾌하지 않았죠.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할 초임지인 학교에서 싸울 상대가 난무하는 적지를 향해가는 듯한 출근길의 무거운 발걸음과 첫 출근 이후로 팍삭 늙어버린 낯빛과 자신을 도련님이라고 따뜻하게 불러줄 기요 같은 목소리는 더 이상 듣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 속에 학교 내부에서 벌어지는 편 가르기와 보이지 않는 권력 다툼까지 벌어집니다.
사실 이 모든 것은 사회 초년생이라면 대부분 겪어야할 통과의례였지만 도련님은 결코 타협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도련님은 세상 사람들 대부분이 옳지 못한 일을 장려하고 있는 듯하고, 악하지 않으면 사회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인식이 박힌 듯하다며 가끔 솔직하고 순진한 사람을 보면, '샌님'이라는 둥 '어린 녀석'이라는 둥 하면서 트집을 잡고 경멸한다고 지적합니다.
도련님은 세상이 그렇다면 초등학교나 중학교에서 윤리 선생이 거짓말하지 말라고 정직하라고 가르치지 않는 편이 오히려 낫지 않은가?라고 반문합니다. 이왕이면 큰 맘 먹고 학교에서 '거짓말하는 비법'이라든가, '사람을 믿지 않은 술법'이라든가, '사람을 이용하는 술책' 등을 학과목으로 정하여 가르치는 것이 이 세상을 위하고 당사자를 위하는 길이 될 것이라는 것이죠. 이렇듯 도련님은 불타는 정의감으로 학교 전체를 뒤흔들며 세상을 향한 신랄한 비판을 퍼붓습니다.
이 소설은 백여 년도 전인 1906년도에 일본에서 발표되었지만, 도련님의 이러한 토로와 풍자는 아직도 그대로 유효합니다. 그렇다고 도련님이 특별한 능력을 지닌 영웅이라기보다는, 단순무지한 면과 막무가내의 모습도 띠고 있는 등 인간적인 약점이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소설을 읽다보면 속이 시원하다가도 답답해 오는 것이 우리네 현실과 주변 인물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듯합니다. 이 책은 서울대 선정 고전200선의 추천도서에도 선정이 되었고 일본에서도 가장 인기있는 근대소설이이기도 합니다. 이번에 하다 출판사에서 들고 다니면서 읽기에 좋은 조금 작은 판형으로 펴내서, 들고 다니면서 틈날 때 읽어보시면 좋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