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반전의 조건 - 대전환기의 위험과 대응
김동원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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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영국 역사학자 토머스 칼라일은 세상사 걱정만 늘어놓는 '걱정의 과학'이어서 우울하지 않을 수가 없기에 경제학을 '우울한 과학'이라 불렀다고 합니다. 2016년 출간된 저자의 전작인 '대불황의 시대한국경제 어디로 가고 있나'에서 그는 한국 경제 위기의 본질이 구조 개혁에 머뭇거리는 데 있음을 역시 우울하고 불안의 시선으로 살펴보았습니다.

 

후속작인 이 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전작과 달리 '어떻게 희망을 만들 것인가'라는 희망과 대안을 강조한 책입니다저자는 한국경제가 2017년 세계경제에 훈풍이 불어 수출이 급증하면서 경제가 다소 나아지긴 했지만반도체의 몫을 빼고 보면 한국 경제의 본모습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고 오히려 구조적인 문제는 더 심화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저자는 지금까지 한국 사회는 앞서가는 상대를 따라잡기 위해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고압력 사회였다고 진단합니다그러나 이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콘텐츠로 경쟁해야 하는 시대로 자유롭고 유연한 사고그런 사회에 어울리는 제도와 문화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합니다이러한 저압력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서 권력 분산실력주의기능 중심 의사결정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정부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해 저자는 비판적이나 그것의 성공 조건도 제시해주고 있습니다먼저임금을 올려 GDP에서 임금 비중을 높이려면최소한 고용이 감소해서는 안 된다고 하며임금 인상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이 고용규모를 줄이거나 늘리지 않는다면전체적인 노동 소득증대는 단기적 향상에 그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임금을 올리면서도 고용규모를 확대하려면 노동시장의 신축성이 필요하지만 고용 신축성 보장은 단기적으로 기업의 고용감소를 초래할 위험이 있어서 임금인상이 GDP상의 임금 비중 확대를 가져올 효과는 미미할 수도 있다고 지적합니다소득주도성장 정책에 필요한 또 다른 조건은 국제공조입니다임금 인상은 상품의 수출경쟁력과 직결되는데어느 한 나라만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하고 경쟁국가들은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수출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고임금 인상은 오히려 덫이 되고 만다고 지적합니다이 외에도 저자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세부적인 조건들을 소개하며 제반조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추진하는 소득주도성장은 그럴듯하게는 들리지만 성과가 없거나 미미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합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분석은 우리나라와 미국과의 기업의 신생과 소멸 양상으로 기업계의 역동성을 비교해보면 시장경제의 역사가 70년도 되지 않는 우리나라 기업계의 역동성이 시장경제의 역사가 250년이 넘는 미국 기업계의 역동성보다 낮다고 하는 점입니다즉 기업 전체의 신생률은 우리나라(2016년 기준)가 15.2%미국(2015년 기준)의 10.2%보다 높고소멸률도 우리나라(2015년 기준)가 11.5%로 미국 8.8%보다 높지만, 5인 이하 기업을 제외한 우리나라 기업의 신생률은 5.9%로 미국 7.4%보다 낮으며소멸률도 우리나라는 3.2%로 미국 6.7%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합니다특히 100인 이상 사업장의 신생률은 우리나라가 1.5%로 미국 6.9%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이와 같은 지표들이 보여주는 우리 경제의 조로화 양상이 얼마나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저자는 지속적인 번영을 이루기 위해서는 포용적 정치·다원적 가치를 존중하는 사회의 실현이 필수라고 말하고경제에 역동성을 불어넣을 수 있는 정책과 시스템이 절실하다고 강조합니다이를 위해서 참고할 만한 사례로 통일 이후 유럽의 병자로 전락해 어려움을 겪었던 독일을 소개합니다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복지 규모를 축소하고 그 돈을 산업경쟁력 제고와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데 활용하는 개혁을 했는데이것이 효과를 발휘해 지금 독일은 유럽에서 가장 안정적인 경제를 구축하게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저자는 독일처럼 제대로 된 정책을 만들어 꾸준히 밀고 나가는 지도자의 철학과 이를 뒷받침하는 국민들의 노력이 있어야만 지속적인 번영이 가능하다고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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