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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반백수 생활을 위하여
신예희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월
평점 :
품절
참신하지만 ‘엄청난’ 이 책의 제목을 보자마자 저자의 프로필을 찾아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자는 여행작가이자 카투니스트로 대학 졸업 후 20년간 프리랜서로 다양한 매체에 만화를 그리고 글을 썼고, 방송과 강연을 하는 등의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녀는 큼직한 카메라와 편한 신발, 튼튼한 뱃속 하나 믿고 세계 곳곳을 여행하면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사진을 찍는 등 이 책에서 말하는 지속 가능한 반백수 생활을 실천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 책은 바로 그녀의 삶에서 경험을 그대로 들려주는 이야기가 담긴 책이라하겠습니다.
사실 이 책의 기본적인 내용과 지속 가능한 반백수의 삶은 이 책의 제일 첫 부분인 ‘프롤로그: 20년차 프리랜서의 독립생활기’에 대부분 제시되어 있습니다. 저자는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으면서 뭐가 나에게 맞고 뭐가 잘 맞지 않는지, 뭘 할 때 몸과 맘이 편하고 뭘 할 때 불편하고 힘든지 꽤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즉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의 ‘가능성possibility’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며 이 책에서 자신의 깨달음을 풀어내고 있습니다.
이 책은 크게 여섯 카테고리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각 카테고리 별로 지속가능한 태도·휴식·재능·돈·자립·나에 대해 다룹니다. 저자는 남들 들으면 부러워할 듯한 프리랜서지만 잠시 숨 돌릴까 하는 순간 수입이 뚝 끊기고 회사라는 울타리에서 인큐베이팅 될 기회도 없는 상황을 맞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셀프 안식년’을 선언하고 태국 치앙마이부터 포르투, 마드리드, 이스탄불까지 한 도시에서 한두 달씩 살아 보는 여행을 시작했지만, 막상 치앙마이에 도착해서는 ‘내일은 뭐하지 그다음 날은 뭐 하지’ 하며 전전긍긍합니다. 그러다가 네 인생에서 그 6주쯤 마음대로 쓴다고 큰일 나지 않을 꺼라는 친구의 한마디에 깨달음을 얻었다고 합니다.
이 책에는 단순히 저자의 감상만 실린 것이 아니라 청소·살림·재테크·여행·관계·다이어트 등 1인 가구를, 반백수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실용적인 가이드를 해주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휴식’에는 영감이 떠오르지 않을 저자는 양파를 써는데, 몇 킬로그램씩 양파를 썰다 보면 흐르는 눈물 덕분인지 기분만큼은 묘하게 개운해지고 어정쩡하던 칼질에 슬슬 일정한 리듬이 달라붙을 때쯤 그럴싸한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한다고 이야기 합니다. 이렇게 더 이상 생각의 가지가 뻗어 나가지 않을 때 단순 노동에 종사하는 게 생산적일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인상깊은 구절 중 하나는 번아웃이 되었을 때 요런조런 취미를 가져보는 게 도움 된다지만, 취미에도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야, 요거 재밌네 하며 앞뒤 가리지 않고 덤빌 열정, 그리고 죽을 쑤더라도 기죽지 않고 아하하하 웃을 수 있는 굳은 멘탈이 필요하다고 말하는데 정말 공감이 되는 말입니다.
이 책은 요즘 백세 시대와 청년 취업난을 맞아서 노동의 개념이 새롭게 재정립되어 가는 시점에, 일만 하느라 인생을 허비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로써 원하는 만큼 쉬고 필요한 만큼 일하는 20년차 프리랜서의 라이프스타일 에세이라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