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카트 읽는 남자 - 삐딱한 사회학자, 은밀하게 마트를 누비다
외른 회프너 지음, 염정용 옮김 / 파우제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부제는 ‘비딱한 사회학자, 은밀하게 마트를 누비다’입니다. 독일의 사회학자인 저자는 이 책에서 슈퍼마켓에서 구매한 물건을 분석하면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분석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마트 등 우리가 흔히 가는 공간을 통해서 우리 사회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슈퍼마켓의 사회학’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저자는 고객들의 행동과 구입물품을 토대로 사회 구성원을 시민 중산층, 디지털 원주민, 사회생태적 환경주의자, 보수적 기득권층, 진보적 지식인층, 순응적 실용주의자, 전통주의자, 성과주의자 그리고 쾌락주의자의 10개 부류로 분류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독일 사회를 이루고 일궜다”는 각계각층의 집단인데 사실 독일뿐 아니라 어느 나라에서나 있을 수 있는 모든 계층과 성향이 망라된 집단이라고 하겠습니다. 그 군상들이 슈퍼마켓에서 보이는 행동과 구입하는 물품들을 관찰해 분석하면서 독자들의 동참과 판단을 유도하는 방법으로 이 책은 진행됩니다.
저자는 슈퍼마켓은 타인을 자세히 관찰해 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자 이상적인 여건을 갖춘 곳으로 많은 낯선 사람들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슈퍼마켓에서 자연스럽게 꾸밈없이 행동하기 때문에 슈퍼마켓은 사회를 조사할 수 있는 이상적인 배양접시라고 주장합니다.
예를 들어서 저자는 자동차를 끌고 온 여성을 통해 시민 중산층의 삶을, 자유분방한 옷차림의 남성에게선 힙스터(자신만의 문화를 추구하는 집단)의 태도를 엿보며 비윤리적인 쇼핑 태도를 지적하는 아내의 잔소리 앞에서 환경주의자의 면모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또 쾌락주의자는 즐거움, 자극, 의사소통을 추구하는데, 이들은 다른 환경의 사람들과 벌어질 수 있는 불화를 사실상 기꺼이 감수하거나 심지어 의식적으로 초래하기도 합니다.
쾌락주의자들은 지금 이 순간에 살고 있으며, 따라서 무엇보다 참신함, 즐거움, 특이성을 중요시하는 반면 불안정층은 모든 생활 여건에서 배제와 불이익에 직면합니다. 이들은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태어났거나 종종 사회가 변하는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피해로 인한사회적 신분 하강을 겪은 사람들이 속해 있다고 지적합니다.
저자는 서두에서 제발 이 책에서 사람들과 사회 환경에 관해 적어놓은 내용을 100%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라고 호소합니다. 어떤 환경이 한 인간을 결코 온전하게 담아낼 수 없기 때문에 저자가 가리키는 것은 오로지 특정한 환경의 전형적인 구성원들이 어떤 모습인지를 전하는데 그칠 뿐이라는 것입니다. 독특하고 참신하지만 예리한 사회분석 책으로 우리 사회도 뒤돌아 볼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