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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의 집 ㅣ 별글클래식 파스텔 에디션 13
헨리크 입센 지음, 신승미 옮김 / 별글 / 2018년 10월
평점 :
요즘 미투운동이 한창입니다. 미투운동과 더불어서 페미니즘이 다시 재조명받고 있습니다. 과거 수백 년에 걸쳐서 여성의 지위의 향상을 위해서 노력해 왔던 수많은 인물들이 있는데 그 중에는 많은 작가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중에서 1879년에 ‘인형의 집’과 그 속편이라고도 할 수 있는 ‘유령’을 써서 출간한 헨리크 입센도 있습니다.
이 희곡의 유명한 주인공인 로라는 결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이 큰 병에 걸리자 그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위독한 부친의 서명을 위조해서 돈을 빌리게 됩니다. 병에서 회복하여 출세한 남편은 이 사실을 알고는 지위를 잃을까 두려워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부인을 비난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친구의 노력으로 위조문서를 되찾은 부부는 위기를 벗어나지만. 이러한 일련의 사건을 통해서 자신이 인형에 지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된 부인 노라는 가출을 결심하게 됩니다. 남편과 아이들에 대한 의무를 버리는 것이라고 비난하는 남편에게 노라는 "자기 자신에 대한 의무가 있다"고 대답하고 집을 나섭니다.
이 희곡은 부인이 가출을 결심하고 집을 나가는 열린 결말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부인의 가출의 옳고 그름, 가출을 한 후의 노라의 생활과 남겨진 가족들의 생활에 대한 판단을 독자와 관객들에게 맡기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것이 주인공의 입장에서 비극일지 희극일지 알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마 그것이 가장 현실적인 결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책은 별글출판사의 별글클래식에서 출시한 ‘NEW 파스텔 에디션’ 시리즈의 열세 번째 책입니다. 우리들이 꼭 읽어 보아야할 고전들을 모아서 언제든 들고 다니며 틈틈이 볼 수 있는 작고 가벼운 문고판으로 엮었고 파스텔 색의 예쁜 디자인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예스러운 느낌을 최대한 줄이고 문장 하나하나를 가능한 한 쉽게 읽어 내려갈 수 있게 번역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벌글출판사에서는 세계 명작도 시집이나 가벼운 에세이처럼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고 강조합니다.
이 희곡이 영국에서 번역되어 상연되었을 때, 여성들의 자아의 각성을 지지하고 가출을 긍정하는 그룹과 그것을 여성들의 의무 포기, 가정의 파괴라며 비난하는 그룹 사이에서 논쟁이 벌어졌다고 전해집니다. 그러한 논쟁은 이 희곡이 발표된 지 150여 년이 지난 현대 한국에서도 아직 현재 진행형인 논쟁이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희곡은 아직도 그 가치와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 고전 중의 고전이라 할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