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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것들의 사생활 : 결혼생활탐구 - 요즘 젊은 부부들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법 ㅣ 요즘 것들의 사생활
이혜민 글.인터뷰, 정현우 사진 / 900KM / 2018년 8월
평점 :
이 책을 읽으면서 결혼제도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우선 결혼의 시작인 연애가 대세가 된 것도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일입니다. 조선시대는 교조적인 성리학이 사생활조차 지배하는 시대라 혼인 당사자 개개인의 의사는 무시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즉 양가 집안 어른들 간에 혼인이 결정되고 그에 따라 평생의 반려자를 만나서 살아야하는 운명이었습니다.
특히 소위 낯설고 호의적이지 않은 시댁으로 시집을 가서 살아야하는 여성들에게는 애정이 없는 남편과 평생을 같이 살아야하는 인고의 시간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러한 형태는 해방 이후에까지 어느 정도 이어져 우리 조부모나 부모님 세대까지 연애결혼보다 중매 등의 결혼이 대세였습니다.
우리나라의 보편적인 결혼식 형태도 좀 요상한데, 몽고풍습인 연지곤지에 족두리를 꿰었던 조선시대 풍습에서 어느 순간에서부터인가 갑작스럽게 서양의 결혼행진곡을 사용하고 비싸고 호화로운 결혼식장을 대여해서 허례허식의 결혼식을 치루는 것이 유행이 되었습니다. 이는 군사독재정부의 강력한 규제에도 살아남아서 호텔이나 뷔페 등의 주수입원이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2000년 이후로 ‘요즘 것’들에 의해서 이러한 결혼 풍습이 조금씩 바뀌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바로 이 책에서 인터뷰한 30대 젊은 부부 10쌍이 바로 그들입니다. 이 책의 저자 부부도 2년 전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부터 예단·예물·폐백·이바지까지 꽉 짜인 결혼의 세목들이 오히려 사랑을 짓누르자 산티아고 순례길 900㎞를 걷는 것으로 결혼식을 대신한 '요즘 것'입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10쌍의 부부들은 결혼제도의 불합리함을 분석하고 '이상한 나라의 법칙'을 수용하는 대신 대안을 찾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이들은 주인공들이 인형처럼 앉아있는 결혼식 대신 밴드 공연을 기획하기도 하고, 어른들의 "별 뜻 없이 한 말"의 불편함을 참느니 "버르장머리 없는 요즘 것들"이 되기를 결심한다.
'평등 육아'를 위해 행동강령을 정하고 고군분투 중인 맞벌이 부부, 치솟는 집값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대신 빈집을 고쳐 신혼집을 마련한 부부, 도시의 속도를 따르기보다 귀농을 선택한 부부, 집과 직장 없이 무기한 여행을 하며 살아가는 부부의 모습 등의 모습이 바로 그것입니다.
2년 반 동거 후 결혼 5개월차인 부부는 ‘동거해보고 결혼하는 게 좋아요. 혼인신고는 대출 때문에 했어요. 스페인 여행을 하려는데 자금이 부족한 거예요. 어떡하지? 신혼부부면 대출받을 수 있지 않나? 그렇다면 혼인신고? 뭐 이런 식으로.’이라고 말합니다. 또 결혼 5년차 부부는 ‘아이 없이 살기로 한 부부에게 출산율 타령은 그만 좀 했으면 좋겠어요. 시어머니가 '너 피임하니?' 물어보기도 하셨어요. 결혼했다고 우리 성생활에 다른 사람이 관심을 갖는 게 너무 이상’하다고 넋두리를 늘어놓기도 합니다.
물론 이들이 말하는 남들과 다른 결혼생활을 하려면, ‘부모로부터의 독립’은 핵심적인 전제조건입니다. 그동안 뿌려둔 축의금도 ‘회수’하지 못하는 ‘작은 결혼식’을 반대하는 부모님을 설득해야 하는 등 수많은 집안 어른들의 반대와 따가운 눈총을 견뎌내야 합니다.
어르신 분들이 자신들이 당연시 여겨왔던 풍속을 불합리하다는 이유로 자식들이 무시하는 것은 가슴 아플 수 있지만 이제는 시대의 흐름에 그리고 자식들의 선택에 맡기고 그러한 변화를 수용해야하는 시점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역사가 그렇게 흘러왔듯이 말이죠.